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원자력, 석탄 위주에서 신재생 에너지 중심으로 확 바뀌는 가운데 그 사이에 액화천연가스(LNG)로 다리를 놓자는 것이다. 이런 방침이 발표되자 분야별 이해 집단 간의 동상이몽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는 원자력계가 먼저 반대 깃발을 앞세우고 일어났다. 조심스럽게 시장을 키워 온 석탄계의 저항도 수면 아래에서 만만치 않다. 반면에 신재생 에너지 쪽은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LNG도 호기를 맞았다는 분위기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대표 화석연료인 원유와 가스의 국제가격이 배럴당 40달러 안팎으로, 저가 추세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LNG 수출국들의 경쟁이 격심해지고 있다. 세계 수위의 카타르가 지난주 LNG를 30% 증산한다고 발표했다. 셰일 혁명으로 존재감을 키워 온 미국의 견제도 노리고 있다.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러시아 3개국이 견제해 원유 가격을 낮게 유지해 온 것과 비슷하게 LNG에서도 카타르·호주·미국이 '삼국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 방미 때 미국산 LNG 250만달러어치를 팔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LNG 다리를 놓으려는 한국에는 그야말로 호기지만 언제까지 저가 추세가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는 환경사회학파와 기술경제학파로 갈라진 정책 논쟁이 한층 심해지고 있다. 이 논쟁은 에너지 권력의 쟁패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도형 문제가 어렵고 복잡해서 좀처럼 풀 수 없을 때 수학에선 도형 밖으로 보조선을 그어서 해법을 찾는다.
우선 3개의 보조선을 그어 보자. 미세먼지, 자유무역협정(FTA), 기술 혁신 보조선이다. 국민 건강을 해치는 미세먼지를 석탄 발전, 폐기물 발전 등을 자제시키고 에너지 소비를 감축시키는 주요 정책 요소로 위치시키는 것이다.
한·미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권주의가 한·미 FTA를 흔들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대기업과 공기업이 중심이 돼 셰일가스를 대량 수입해 올 태세다. 이미 민간 부문에선 에너지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른바 자원투자 서비스 기업들이 수조원 규모로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의 경쟁력을 높여 해외 에너지 투자 부실국, 만년 에너지 수입국, 에너지 외교 빈국을 탈피하자는 것이다.
민간 기업을 앞세워 에너지 연관 산업을 확대시킬 수 있다. 중후장대 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시켜 예컨대 미국 현지에서 테스트베드 사업을 할 수 있다. 무역 역조로 인한 보호주의를 해소하고 신성장 동력, 신시장, 새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LNG 다리를 놓는 비용도 여기서 회수할 수 있다. 한마디로 우리가 셰일 산업을 끌고 나가는 보조선 전략이 필요하다.
첨단 기술 혁신은 차세대 에너지 혁명으로 꼽힌다. 기술 혁신은 에너지 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기술 혁신의 예를 들어 보자.
첫 번째로 셰일혁명을 일으킨 수평 탐사 기술과 수압 파쇄 기술이다. 이 기술로 2008년 배럴당 145달러이던 오일 가격이 지금은 3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두 번째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은 에너지 기술 산업의 복잡한 시스템을 한층 효율 높게 관리해 준다. 에너지 기업의 생산성과 유연성을 높여 준다. 디지털오일필드(DOF)라는 신종 기업도 등장했다. ICT로 생산 현장을 원격 관리하는 것이다. 국내에도 실력을 갖춘 기업들이 있다.
세 번째는 배터리와 연료전지 기술이 발달하면서 대규모 중앙관리형 전력망이 소규모의 분산형으로 바뀌게 된다. 스마트 그리드에서 마이크로 그리드로, 이제는 나노 그리드 영역까지 나아가고 있다.
'탈(脫)원전 대 친(親)신재생'의 뜨거운 논쟁을 잠시 식히고 주변의 환경 변화를 직시해야 한다.
![[곽재원의 Now&Future]에너지정책의 새로운 시각](https://img.etnews.com/photonews/1707/972259_20170707161443_126_0001.jpg)
곽재원 서울대 공대 객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