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리가 게임에 빚진 것

김시소 기자
김시소 기자

“넥슨은 매출 2조원을 넘기는 것보다 '이 회사가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내놓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줘야 합니다.”

정상원 넥슨 부사장이 최근 던진 이야기의 일부다. 한국 게임업계, 특히 개발자로서 당면한 고민이 느껴진다.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상장 게임 기업의 경영 환경이 만만치 않다. 종사자는 늘었지만 매출과 이익이 감소 추세에 있다.

이 와중에 성과를 내는 '난세의 영웅'은 있다. 그러나 이들도 언제 벼랑 끝에 설 지 모른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이른바 '끗발'을 날리던 이들이 지금은 언급조차 되지 않는 것이 이 바닥의 냉혹한 현실이다.

게임을 만드는 것, 게임사를 운영하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돈만 많이 벌어서는 인정받기 어렵다. 사랑받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사랑받는 콘텐츠만 만들어서도 어렵다. 수익을 내야 수월하게 다음 게임을 만들 수 있다. 제품보다는 상업성, 예술성, 대중성을 모두 갖춘 작품 수준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 정상 게임인이 삼는 목표다.

시장은 이렇게 발전한다. 생존을 넘어 성공하고자 하는 열정, 좋은 게임을 만들어 인정받는 꿈은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결실을 맺는다.

최근 블루홀이 만들어 해외에서 신드롬을 불러온 '배틀그라운드'가 대표 사례다. 20년 가까이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지 못한 게임인이 끈기 있게 프로젝트를 세팅, 빛을 봤다.

세상은 이런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 이들이 만든 업계가 고용을 책임지고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이들이 만든 콘텐츠가 누군가에게는 휴식처가 된다. 때로는 인생을 바꾸는 감동을 준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한국은 게임에 대한 편견이 깊다. 상처를 주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게임인들이 고민하는 만큼 세상도 게임에 깊은 고민과 애정을 가져 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무리일까.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