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4차 산업혁명과 규제 샌드박스

[기고]4차 산업혁명과 규제 샌드박스

지난 6월 9일 일본 정부가 발표한 제2단계 성장 전략인 '미래투자전략 2017'은 '소사이어티 5.0 실현을 위한 개혁'이라는 부제가 딸려 있다. 소사이어티 5.0(초스마트 사회)이란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이노베이션을 모든 산업과 사회생활에 용융, 일본이 당면한 사회 과제가 해결되는 미래상을 말한다.

여기서 전제가 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 공유경제 등을 일컫는다. 일본판 4차 산업혁명이라 할 수 있는 이 전략에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상황 인식에서 출발한다. 첫째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생산연령 인구 감소, 지역의 고령화, 에너지, 환경 등과 같은 사회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 전개는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에 대해 커다란 잠재 수요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둘째 4차 산업혁명은 생산성의 근본 개선을 동반하기 때문에 실업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 그렇지만 일본은 장기 차원에서 노동력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적절한 인재 투자와 고용 전환이 병행되면 여타의 선진국과 같은 사회 마찰을 회피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인터넷 데이터(버추얼 데이터)를 활용한 제1막과 달리 앞으로 주전장이 될 제2막은 의료 간병, 자동 주행, 공장 설비, 농업, 건설과 같은 현실 데이터(리얼 데이터) 활용이 주축이 된다. 예컨대 마켓 기반의 현장 데이터의 축적,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SW와 현장의 정교한 연계가 경쟁력의 관건이다. 이러한 조건은 일본이 우위성을 가질 수 있다.

이상 기본 인식에서 알 수 있듯 일본은 자국의 당면 과제, 강점 접목 여하에 따라 4차 산업혁명은 커다란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4차 산업혁명 전환기야 말로 과제 해결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이 세계를 선도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래 메가트렌드의 하나는 저출산 고령화다. 특히 세계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은 미부선노국(未富先老國)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충분히 경제 성장을 성취하지 못한 단계에서 고령화로 나아가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머지않아 지구 사회가 맞닥뜨리게 될 공통 과제의 해결을 일본이 선도하고, 세계가 공유 가능한 비전으로 끌어올리자는 전략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이 앞서 경험한 사회 경제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글로벌 상품화할 수 있다는 경제 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될수록 가치의 원천은 사람과 데이터로 옮겨지는 연결 산업 생태계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제조업을 넘어 사물과 사물, 사람과 기계 시스템, 사람과 기술, 서로 다른 기업과 기업이 연계되는 신산업 실증 플랫폼의 구축이 중요해진다. 동시에 이러한 신산업 혁신은 예측 곤란한 스피드와 경로로 진행된다. 그러므로 대응이 늦어지거나 대담한 개혁을 주저하면 세계 선행 기업의 하청 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규제 샌드박스 창설은 이러한 위기의식을 배경으로 하여 두 가지 관점을 축으로 설정돼 있다. 하나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자동비행, 자동주행 등과 같은 이노베이션의 성과를 대담하게 실증하는 기회를 우선 확보한다. 또 하나는 시행착오를 수반하는 사회 실증을 통한 전략 데이터 등 확보에 있다. 특히 국가 전략 특구를 중심으로 자동 주행, 드론 등 미래 기술의 실증 실험을 민첩하게 실행하는데 주안점이 주어졌다.

일본의 미래투자전략 2017은 사회 비전 차원의 'Society 5.0', 산업 생태계 관점의 '커넥티드 인더스트리', 비전과 산업을 실증하는 전략 규제 실험장인 '레큘레이터리 샌드박스'가 정교하게 엮어진 황금의 삼각형을 연상하게 한다.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출범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위원회가 내놓을 한국판 4차 산업혁명의 전략 개념과 프레임, 이를 위한 연결고리 선택은 어떤 형태로 설계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국민의 예지가 어우러져서 위용에 가득 찬 국가 미래 전략이 탄생하길 기대한다.

하원규 ETRI 네트워크연구본부 초빙연구원 wgha@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