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창조과학부가 플랫폼 중립성 개념을 위한 연구 용역을 시작했다. 시장에서 다양한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 영향력이 강해진 만큼 새로운 규제 기틀을 마련한다는 의도다. 인터넷업계는 국내 공정위와 중복 규제인 데다 진흥기관으로서 역할을 무시하는 처사라 반발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 초 공모를 거쳐 미디어미래연구소에 플랫폼 중립성 개념에 대한 연구 과제를 맡겼다고 10일 밝혔다. 플랫폼 중립성은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차별적 대우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더 명확한 개념 규정이나 규제 사례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포털 등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 시장지배력 남용에 대한 처벌은 주로 공정거래법에 근거했다. 최근 유럽연합(EU)에서 플랫폼 중립성 연구에 착수했다.
인터넷업계는 기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로 충분한 상황에서 새로운 규제를 검토하는 것은 중복 규제라며 반발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새로운 규제 프레임 마련을 위한 사전조치라는 것이다. 미래부는 새로운 규제를 만들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플랫폼 중립성 연구 자체가 새로운 규제 마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혁신을 촉진해야 할 진흥기관이 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새로운 규제를 만들 경우 느슨한 적용을 받는 글로벌 기업과 달리 국내 기업은 또 다른 규제 역차별을 받는다는 것이다. 글로벌 인터넷 기업 역차별 문제와 관련해 공정위와 엇갈린 빙향을 보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빅데이터 수집 활용 과정 등 글로벌 IT기업 독점 문제를 주요 감시 사안으로 제시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규제 기관인 공정위도 미국 IT 대기업 글로벌 패권 장악을 우려해 국내외 사업자가 공정 경쟁을 벌이는 환경 조성을 방향으로 잡았다”면서 “미래부는 규제가 아니라 산업 진흥 관점에서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연구와 정책을 세우는 데 무게 중심을 둬야 하는 기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구에 빠르게 변하는 IT산업 지형 변화를 잘 담는 것이 중요하며 국내 사업자도 열외가 되어선 안 된다”면서 “하지만 세계 모바일 운용체계(OS) 시장을 장악한 구글과 애플을 연구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또 다른 역차별을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