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 업체들이 디젤게이트 여파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아우디·폭스바겐의 빈자리를 빠르게 메우며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솔린차와 하이브리드차 위주의 제품군을 지닌 일본차들은 디젤차 위주였던 수입차 시장을 재편하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3월 결산법인인 혼다코리아는 (2016년 4월 1일~2017년 3월 31일) 2001년 한국법인 설립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대비 31.0% 증가한 2795억원, 영업이익 53.4% 늘어난 262억원이다. 순이익은 213억원으로 37.1% 증가했다.
혼다는 어코드 등 주력 차종의 꾸준한 판매 증가로 올해 5월과 6월 두 달 연속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에 이어 수입차 판매 3위로 올라섰다. 올해 상반기 누적 판매량은 5358대로, 지난해 전체 판매 실적(6636대)의 80% 이상을 달성했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가솔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인 CR-V 터보와 어코드 하이브리드 모델이 라인업에 추가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며 “5월 출시한 준중형 세단 신형 시빅과 함께 하반기 미니밴 신형 오딧세이를 추가로 투입해 시장 공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토요타는 지난해 하이브리드 차종의 판매 호조로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토요타는 2016 회계연도(3월결산법인) 매출 8561억원, 영업이익 45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43.4% 늘었고, 영업이익은 156% 급증했다.
하이브리드차를 주력하는 판매하는 토요타(렉서스 포함)는 지난해 국내에서 1만9859대를 팔아 2015년(1만5781대)보다 25.8%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토요타가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올해 6월 수입 하이브리드차의 월간 연료별 비중도 처음으로 두 자릿수(10.1%)를 넘어섰다.
닛산도 연간 최고 판매 기록을 세웠다. 판매를 견인한 차종은 중형 세단 알티마다. 알티마는 지난해 4월 부분변경 모델 출시 이후 1년간 4020대가 팔렸다. 전년보다 63% 성장한 수치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2000만원대에 판매되는 알티마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격 대비 가치가 높다는 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꾸준히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저유가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디젤차에 대한 부정적 이슈가 커지면서 가솔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전면에 내세운 일본차 업계의 제품 전략이 적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수입차협회 관계자는 “디젤게이트 이후 가솔린차가 재조명받고 있고, 미세먼지 이슈 등으로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점이 일본차 실적 향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