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무궁무진한 금융권 빅데이터...전문 인력 육성해 결과물 도출해야

금융권이 빅데이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이다.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로보어드바이저(RA)와 챗봇 등을 뛰어 넘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의 기존 단위다. DNA가 생명체의 기본이면서 전체 특성을 대변하는 것과 같다.

한국은행과 최근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가 공동으로 발간한 '2016년 금융정보화추진현황'에 따르면 금융권 종사자 69.5%는 '금융권 빅데이터 본격화'를 올해 주요 트렌드로 꼽았다. 지난해까지 '핀테크 활용'을 주요 트렌드로 꼽던 막연한 목표가 명확해졌다.

금융권 빅데이터 활용 분야는 마케팅, 상품개발, 위험관리, 신용평가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고객 행동 관리와 매초마다 쏟아지는 각종 시세 데이터 등 정형 데이터는 단순 데이터 정제만으로 즉시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가장 빠르게 상용화되기 시작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과거 퀀트(기술 분석) 방식 매매 알고리즘에 주요 해외 데이터 공급자가 제공하는 로우데이터를 결합하는 것만으로 정확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자본시장에서 속속 도입하는 RA는 아주 초급 수준 빅데이터로 가능한 수준”이라며 “각종 해외 데이터 공급자로부터 비싼 돈을 주고 로우데이터를 확보하는 스타트업보다 데이터를 다량 확보하고 있는 금융지주와 증권사의 활용이 더 파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 빅데이터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추세도 그간 방치됐던 데이터를 즉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뀌기 위해서다. 올해 초 챗봇 '벤자민'을 선보인 대신증권은 기존 데이터 재가공에만 3년이 걸렸다.

김상원 대신증권 이사는 “사이보스에서 생성된 각종 오류 데이터와 고객 흔적 데이터를 정제하는 데만 3년여가 걸렸다”면서 “데이터에서 추출한 고객행동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다음 달 반대매매 등 단순 아웃바운딩 업무까지 완전 자동으로 가능하도록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시세 정보와 고객 행동패턴을 넘어 기업 데이터까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수출입은행이 도입한 신용평가 모델은 총 2500종에 달하는 채권기업 관련 데이터를 추출해 낸다.

수출입은행 시스템 구축에 참여한 파운트 관계자는 “기업 데이터는 금융권에서 나오는 시세 데이터보다 훨씬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분석 여부에 따라 활용 방식은 다양하게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이 집중하는 것도 결국 각종 데이터에서 추출한 방대한 자료의 활용 방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시세·오류·고객관리 데이터 정도로 분류·활용하는 게 현재 수준”이라며 “앞 다퉈 빅데이터 공모전 행사를 개최하는 것도 빅데이터 활용 아이디어를 찾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디어 부족뿐 아니라 전문 인력과 인프라 부족, 각종 규제도 풀어야할 문제다.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정보전기공학부 교수)은 “특히 은행과 카드사를 중심으로 실무단계 직원뿐 아니라 의사결정 단계에 있는 임원에게 빅데이터 관련 교육 의뢰가 밀려든다”며 “당장 빅데이터 고급인력을 구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물리적 인프라 구축에 앞서 전문 인력에 투자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등 관련 규제도 빅데이터 도입을 위해 시급히 개선할 과제다.

은행 관계자는 “이제 빅데이터는 마케팅을 넘어 서비스, 경영 전반을 아우르는 하나의 복합시스템 이슈”라며 “현행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에 대한 제도적 보완 등 빅데이터 관련 규제 해결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