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민원, 2배 급증…'일주일에 1000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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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거래 혐의가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청한 민원이 종전보다 2배 급증했다.

거래 관계에서 '을'에 위치한 중소기업·자영업자·소비자가 '갑'의 횡포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나선 것이다. 새 정부와 김상조 공정위원장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11일 공정위에 따르면 6월 들어 공정위에 신청한 민원이 한 주(週)에 약 1000건으로 늘었다. 500건 내외였던 종전의 2배 수준이다.

국민신문고, 공정위 홈페이지, 국민권익위원회 등을 통해 이뤄진 공정위 민원신청은 5월부터 늘기 시작해 6월에 한 주에 1000건 수준으로 급증, 이달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연간 공정위 민원신청은 1만8000건 수준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2만건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민원신청 증가가 앞으로도 계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올해 총 2만건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원신청 급증은 새 정부와 김상조 위원장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맹사업, 대규모유통업, 전자상거래 등 고질적 갑을 관계 분야에서의 각종 불공정 행위와 갑질을 근절하겠다”고 공약했다. 김 위원장도 취임 일성으로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강조했고, 가맹사업 등을 중심으로 불공정 행위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분쟁 조정 분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공정위 산하 기관인 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맹사업 분야 조정 처리 건수는 지난해보다 52%(234건→356건) 증가했다.

공정거래조정원은 “경제·사회적 약자 보호가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에서 가맹점주 등 영세 소상공인이 갑을간 불공정 거래에 적극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공정위 민원신청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한 중소기업 대표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공정위에 문제를 제기하면 어떻게든 해결될 것 같다는 기대가 생겼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늘어나는 민원신청을 고려해 담당 인력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근 현상이 일시적인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정위 민원처리 업무가 지나치게 강조되면 정작 대형사건 처리 등에는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내부에서 나왔다.

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민원처리 역시 공정위의 중요한 업무지만 한정된 인력으로 여기에만 매달리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적절한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