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올 상반기에 미국·중국과 내수 등 주요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 부진을 겪으며 올 하반기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중국에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과 중국 현지 브랜드에 밀려 판매량이 반 토막 났다. 현대차그룹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하반기 실적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에도 기대를 건다.
1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은 이달 중순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해외법인장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회의에는 현대·기아차 해외법인장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상반기 글로벌 시장 상황에 대한 보고와 하반기 전략을 모색한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내수 129만8000대, 해외 705만2000대 등 지난해보다 12만대 늘어난 825만대를 판매 목표로 정했다. 그러나 상반기 판매량은 351만여대로 목표 달성률 85%에 불과하다. 현 추세라면 연말까지 700만대 이상 판매도 불투명하다.
현대·기아차는 한국, 미국, 중국 등 주력 시장에서 일제히 판매 부진을 겪었다. 가장 부진한 시장은 중국이다. 현대·기아차의 올 상반기 중국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7% 감소한 80만8300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 시장에서는 8.6%, 내수시장에서는 4.3% 각각 감소했다.
이로 인해 올 상반기 경영 실적도 부진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대차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6.8% 하락한 1조2508억원이 예상된다. 기아차는 상반기 영업이익 382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약 39.6%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의 판매 부진은 현대모비스(-6.9%), 현대위아(-46.2%) 등 부품 계열사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시장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나섰다. 최근 연구개발(R&D)과 상품, 마케팅 분야 인력 100여명으로 구성된 '중국 시장 경쟁력 강화 TF'를 구성했다. 올해 중국 시장 판매 목표가 195만대이지만 현재로서는 절반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에서 '사드 보복' 등 정치 요인뿐만 아니라 딜러, 소비자 선에서 수요가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또 코나(KONA), 스토닉(STONIC) 등 소형 SUV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해 성장 동력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두 모델은 그동안 현대·기아차가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판매하지 않은 새로운 차종이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소형 SUV 인기가 높은 만큼 판매 순증 효과가 기대된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