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의 지주사 전환설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구글이 지주사 알파벳과 자회사로 지배 구조를 개편한 것처럼 지주사와 다양한 사업 회사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은 인수합병(M&A), 사업 부문 분사 등으로 계속 증가하는 자회사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급변하는 인터넷 환경 속에서 작은 조직으로의 빠른 실행력을 확보할 필요성도 커졌다.
◇늘어나는 자회사, 관리 효율성 제고 필요성 커져
증권가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수십개에 이르는 자회사를 더욱 효율 높게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해당 사업부는 본연의 사업에만 집중하고 지주사가 그룹경영 전반, 투자 전반을 맡아 효율성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황성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사로의 전환은 이미 LG, SK그룹 등 일반 대기업이 먼저 실행한 전략”이라면서 “지주사 전환에 성공할 경우 수많은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보다 경제성 높은 움직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업 규모가 늘어나면서 지주사 전환 가능성을 점치는 외부 관측도 늘었다. 네이버 카카오의 자회사 수는 M&A, 분사 등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네이버는 국내외 자회사가 50곳이 넘는다. 최근 한 달 사이 인공지능(AI)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 컴퍼니 AI(Company AI) 등 크고 작은 기업을 인수했다. 자회사 라인주식회사도 10일 자회사 라인게임즈를 설립했다. 이 회사를 통해 국내 게임 개발사인 넥스트플로어의 지분 51%를 확보,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일본, 태국, 대만 등지에서 1위 메신저가 된 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게임 퍼블리싱 사업을 확대한다.
카카오도 자회사가 70여곳에 이른다. 올해 들어 기존 사업 부문을 계속 분사했다. 2월 AI 연구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신설했다. 3월 모바일 선주문 생산 플랫폼인 메이커스위드카카오의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카카오메이커스를 출범시켰다. 4월에는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가 모회사에서 독립했다. 중국 알리페이 모회사 앤트파이낸셜서비스그룹에 2억달러 투자 유치와 함께 전략 제휴를 맺었다. 5월에는 모빌리티 사업 부문을 분사,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로 분사했다. 카카오택시, 카카오드라이버, 카카오내비 등 교통·운송 분야를 담당한다. 글로벌 투자자 TPG로부터 5000억원 규모 투자도 유치했다.
늘어나는 자회사 관리와 시너지 창출을 위해 최근 공동체성장센터도 설립했다. 창립 멤버이자 사내이사인 송지호 패스모바일 대표가 협업 시너지와 조율을 책임진다.
카카오 관계자는 “연이은 사업 부문 분사는 지주사 전환이 아니라 투자와 운영 독립으로 사업 강화를 위한 전략”이라면서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지주사 전환에 대한 외부 관측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작은 조직, 빠른 실행력 필수
지주사 전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조직을 잘게 쪼개 빠른 실행력을 확보하는 것은 생존 경쟁에 필수다. 의사 결정 단계를 줄여서 급변하는 인터넷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다.
네이버는 조직 문화를 지속 개편, 의사 결정 속도와 경영 독립성을 확대해 왔다. 2014년 기존의 팀 제도를 없애고 서비스 단위 조직인 '셀' 제도를 신설했다. 본부, 센터, 실, 팀으로 내려오는 수직 명령 체계를 없애 의사 결정 속도를 높였다. 2015년에는 컴퍼니인컴퍼니(CIC) 제도를 도입했다. 가능성 있는 서비스가 독립해 성장하도록 지원한다. CIC리더는 대표 호칭 외에도 서비스, 예산, 인사, 재무 등 경영 전반을 독자 결정한다. 올해 5월 웹툰&웹소설CIC를 분사, 자회사 네이버웹툰을 설립했다. 프로젝트, 셀, CIC를 거쳐 자회사로 독립하는 구조를 확립했다.
지난해 자회사 캠프모바일 사업부이던 스노우도 분사, 네이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글로벌 1억 다운로드를 돌파한 글로벌 동영상 소통 애플리케이션(앱) '스노우'의 성장에 속도를 더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설은 이전부터 제기됐지만 지금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끊임 없이 의사 결정 속도를 늘려 빠른 변화를 추진해 왔다. 시장이 급변하는 특성상 위에서 내려오는 결정을 기다리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도 유연한 기업 문화, 수시 조직 개편으로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려는 시도를 이어 왔다. 메신저 카카오톡 성공 신화도 모바일 시장으로의 전환에 빠르게 대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다음과 합병 뒤의 변화 속도가 느려졌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황 연구원은 “하나의 조직 안에 많은 사업부가 있게 되면 의사 결정 단계가 많아져서 느려진다”면서 “관련 사업을 전략 차원에서 잘 배치하고 활용할 경우 의사 결정 속도가 빨라진다”고 조언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