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카오의 지주사 전환설이 제기되는 배경에는 글로벌 인터넷 기업 구글의 지주사 전환 성공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2015년 10월 지주회사 '알파벳'을 설립한 뒤 '모바일 퍼스트'에서 '인공지능(AI) 퍼스트' 전략으로 빠르게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구글은 조직 개편 뒤 알파벳 자회사로 들어갔다. 구글은 미래 먹거리 개발보다 기존의 주력 사업에 집중하게 됐다. 동영상 서비스를 담당하는 '유튜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장터 '구글플레이', 광고 사업을 맡은 '애드센스', 지도·검색·안드로이드 등 부문이 구글 밑에 포진됐다.
알파벳은 투자와 미래 먹거리를 위한 연구개발(R&D) 조직을 총괄한다. 알파벳 밑에는 구글 외에도 투자 조직이 포진됐다. 스타트업 벤처 등 소규모 기업에 투자하는 '구글벤처스', 규모가 좀 더 큰 회사에 투자하는 '구글캐피털' 등이 소속됐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조직도 알파벳 아래에 놓여 있다. 가정용 사물인터넷(IoT)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네스트', 다양한 비밀 연구를 담당하는 '구글 엑스(X)'가 포진해 있다. 바이오 기업 칼리코도 있다. 이 회사는 노화 방지, 생명 연장을 연구한다. 인간 수명을 500세까지 늘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00만명 이상의 유전자 데이터와 700만개 이상의 가계도를 활용, 난치병 퇴치도 연구한다.
역할 분담으로 변화 속도를 높였다. 지난해 자율 주행 기술을 연구하는 조직도 알파벳에서 분사, '웨이모'로 독립했다. 웨이모는 4월 미국 애리조나에서 실제 시민 대상으로 자율 주행 밴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에 보행 로봇 제조 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팔았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시장성 있는 로봇 제품을 출시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평가도 대체로 좋다. 알파벳 주가는 출범 뒤 45% 이상 올라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주당 1000달러 고지를 넘보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알파벳은 올 1분기 매출 247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2% 상승한 수치다. 순이익도 같은 기간 29% 증가했다.
황성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알파벳 분사 같은 지주회사로의 전환은 인터넷 기업만의 특징이 아니다”면서도 “사업·연구 아이템별로 따로따로 움직이면서 속도를 높이면서 알파벳은 많은 조직을 하나로 총괄하는 헤드쿼터 역할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