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길과 물길, 하늘길에 이어 사이버길이 세상에 등장한 지 오래 됐다. 과거에는 실존하는 길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가상의 사이버길, 즉 유·무선 인터넷이 중요하다. 0과 1로 지구라도 집어삼킬 듯 기세를 떨치는 디지털 물결을 피할 방법이 없다. 네 번째 길은 4차 산업혁명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이 길은 가만히 앉아서 천하를 유람하고, 어디든 물건을 팔 수 있는 사이버 실크로드다.
그런데 네 번째 길은 누가 무슨 돈으로 깔 것인가. 깔더라도 어떻게 이윤을 배분할 것인가. 이 길을 깐 사람은 적게 벌고, 이 길을 오가는 사람은 큰돈을 번다면 길을 깔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인가. 외국에서 오는 사람이라고 길을 공짜로 쓰는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과거에는 길이 좁았지만 이제는 길이 퍽 넓으니 그 가운데 일부라도 깐 사람 마음대로 하자고 한다면 어쩔 것인가. 통행료가 적으니 올려 달라거나 오가는 사람도 길 까는 부담을 나누자고 하면 또 어떤가.
한적한 시골길처럼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던 때에는 심각하지 않던 망 중립성의 갈등이 표면으로 솟아오른다. 미국에서만 8만개 넘는 인터넷 사업자가 망 중립성 폐지 반대를 위해 뭉쳤다.
네트워크 사업자를 대변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망 투자 유인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네트워크 혁신은 없을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하려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통신사와 인터넷 기업이 싸운다. 통신사는 외국 인터넷 기업과도 다툰다. 이 모든 게 길을 까는 비용과 오가는 사람의 많고 적음의 문제다.
하다못해 지하철 보행로에도 '우측통행' 표시가 사람을 이끈다. 덕분에 그 많은 사람들이 오가도 부딪치지 않고 무사히 오간다. 하물며 네 번째 길은 4차 산업혁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한다. 외나무다리에서 마주치듯 다가올 갈등이 뻔히 보인다. 미리미리 길을 닦고 넓히고, 오가는 법도를 새로 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어려운 일이지만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길이 보이지 않을까.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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