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펙토 페트로눔!”
해리포터가 자신을 공격하는 어둠의 유령 '디멘터'를 내쫓기 위해 수호신을 부르는 마법이다. 디멘터는 온몸에 두른 검은 망토를 뒤집어쓴 채 허공 위를 떠다니며 인간의 영혼을 흡수하는 유령이다.
자신의 대부인 '시리우스' 존재를 알게 된 해리포터는 디멘터로부터 그를 보호하기 위해 마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마법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기억을 떠올려야만 소환할 수 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익스펙토 패트로놈' 주문을 외치면 패트로누스가 나타나 디멘터를 쫓아낸다.
패트로누스는 수달, 말, 암사슴, 토끼 등으로 다양하다. 해리의 패트로누스는 수사슴이다.
마법을 습득하는 건 그리 쉽지 않다. 해리포터는 처음으로 마법사 전유물인 '퀴디치 경기'에서 우승하던 순간을 떠올렸지만 수호신을 부르는 데 실패했다. 여자친구와 첫 키스 기억도 소용없었다.
고민 끝에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올리자 해리포터는 가장 강력한 수호신인 수사슴을 불러낼 수 있었다. 그에게 가장 행복한 기억은 부모님의 사랑이었다.
행복한 기억만으로도 자신을 보호하는 마법 같은 효과는 인간세계에서도 일어난다. 친구와 싸우거나 직장상사에게 혼나게 되면 심박동수가 빨라지고 심리적 불안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럴 때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진정효과 덕분에 마음이 한결 차분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물리적인 고통을 부분적으로 덜어내는 효과까지 있다.
'네이처 인간행동(Nature Human Behaviour)'에 보고된 논문에 따르면 좋았던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면 좀 더 빨리 마음이 차분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미국 러트거스대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134명을 대상으로 얼음물에 손을 담그도록 했다. 이처럼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실험참가자 중 절반에게는 14초간 여행 경험처럼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려보도록 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감정적으로 동요가 일어나지 않는 중립적 사건을 생각하라고 했다.
그 결과,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린 실험참가자가 더욱 빠른 속도로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결과를 보였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상승치는 중립적 사건을 떠올린 그룹의 15%에 불과했다.
행복한 기억을 떠올릴 때 감정을 제어하고 인지기능을 조절하는 전두엽 영역과 보상과 관련된 피질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점이 확인됐다. 긍정적 기억을 떠올리는 동안 즐거운 감정이 유지되려면 감정조절과 연관이 있는 뇌 영역 역할이 크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김지혜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