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된 적폐 청산이 화두다. 공공 시스템통합(SI) 사업에서 문제는 적폐 수준을 넘어섰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소프트웨어(SW) 분야의 전문가가 국가 주요 인물이 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보면 우리 현실이 안타깝다.
1994년 2월 22일 '소프트웨어 산업을 살리자'라는 좌담회가 열었다. 김영태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 장재옥 과학기술처 정보산업기술과장 등 전문가 5명이 모여 앞으로의 SW 산업 전망과 대책 얘기를 나눴다.
당시 정부 차원에서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공공 부문의 하도급 구조와 민간 시장의 불공정 관행 등을 개선, 글로벌 경쟁력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SW 제값 받기를 실현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했다. SW 생태계의 고질병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오늘 공공 SI 사업의 현실은 어떨까.
제값을 받지 못하는 SW, SW 기술자의 열악한 근무 환경 및 상습화된 야근, SI 업계의 낮은 이익률, 위장 도급, 4·5차까지 내려가는 다중 하도급 구조 등에 의한 심각한 중간 착취 문제 등이 여전한 현실이다. SW 산업은 이른바 3D 업종으로 전락, SW 산업 생태계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그동안 210여개 관련 법률, 규정, 지침을 만드는 등 SW 산업 생태계 개선을 위한 많은 노력을 했다. 매년 1000여명의 공공 부문 SW 발주자 대상으로 SW 발주 교육도 실시했다. 그러나 효과는 별로 없었다.
첫째 원인은 발주자의 인력과 신기술, 관리 역량 부족이다. 순환 보직도 문제다. 수많은 관련법을 이해하고 업무에 직접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전례 답습이 무조건 관행화됐기 때문이다.
SW 개발에 따른 요구 사항을 명확히 못한 것도 문제다. 사업 규모를 가시화〃계량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모호하게 발주, 변경 관리 등 사업 관리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공공 SI 사업은 실패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SW 프로젝트의 실패는 감춰지고, 무시되고, 합리화되기 때문이다. 실패의 원인을 찾아내지 않고, 배우지도 않기 때문에 또 실패하게 된다.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는 것이 SW 프로젝트의 현실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보다 발주 담당자의 SI 사업 역량 강화는 필수다. 한정된 인력과 순환 보직 등으로 과중한 업무를 감당한다는 것은 현실상 어려운 일이다.
정부 차원에서 정보화 예산 수립, 사업 규모 및 비용 견적, 법·제도의 정합성, 요구 사항 변경에 따른 관리 등에 대한 철저한 지원이 필요하다. 사업 관리와 이슈 해결 지원 등 특정 사업을 진행하는 발주 담당자 대상의 컨설팅과 교육을 해야 한다.
현장 중심의 1대1 대상으로 책임지고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SW발주기술지원센터'가 이러한 역할을 수행, 고무시킨다.
가시 효과를 많이 보여 주지만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 잘못된 관행과 전례 답습으로 말미암아 감사 및 민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발주자에게 좀 더 체계화 및 조직을 갖춘 지원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 발주자들이 담당 업무에 자신감을 가지고 일하게 될 것이다.
불특정 발주자 대상의 SW 발주 교육도 'SW발주기술지원센터'와 통합·운영하는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 시너지 효과를 올릴 수 있게 될 것이다. .
수십 년 동안 계속된 공공 SI의 악폐는 이제 끊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라도 공공 SI 적폐는 해결해야 한다.
심기보 KAIST 전산학부 겸직교수 pmodosa@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