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황성욱 알뜰통신사업자협회 부회장

[人사이트]황성욱 알뜰통신사업자협회 부회장

“일본 알뜰폰 성장 스토리가 흥미롭습니다. 우리나라 알뜰폰도 일본처럼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황성욱 알뜰통신사업자협회 부회장은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 알뜰폰이 일본에서 배울 게 많다고 말했다. 황 부회장은 이달 초 일본 이동통신 2위 사업자 KDDI가 요금을 1500엔(약 1만5000원) 인하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고 했다.

전체 가입자에게 월평균 20% 요금을 깎아주는 흔치 않은 일이 벌어진 건 다름아닌 알뜰폰 때문이라는 게 황 부회장 설명이다. 알뜰폰으로 이탈하는 고객이 늘자 KDDI가 고육지책을 쓴 셈이라고 덧붙였다.

황 부회장은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알뜰폰 역사가 길고 사업 방식이 다양해 통신비 인하 방법도 풍부하다”면서 “조만간 협회 차원에서 일본을 방문해 비법을 배워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2002년 '알뜰폰(MVNO) 활성화를 위한 지침'을 마련하는 등 2011년 출발한 우리보다 10여년 앞섰다고 했다.

하지만, 선택약정 할인율 25% 상향과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해 묻자 그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도저히 경쟁이 안 된다'는 게 이유다. 국내 알뜰폰 사업자 고민은 일본과 정반대다.

알뜰폰 인기가 높은 일본과 달리 국내에서는 이통사로 빠져나가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 최근 몇몇 업체가 반값 할인 등 파격 요금제를 내놓은 배경이다. 어떻게든 기존 고객을 붙잡아두려는 것이다.

황 부회장은 “가입자당 월 유지비와 도매대가를 더하면 2만원이 넘는데, 이통사가 2만원대 보편요금제를 내는 순간 알뜰폰은 무조건 손해”라면서 “요금제는 그대로 두고 데이터량을 늘리는 게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이통시장에 직접 개입하기 보다는 시장에 맡기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그가 구상하는 중장기 대책 가운데 하나는 도매대가 구조 전환이다. 롱텀 에벌루션(LTE)에서도 수익을 이통사와 나누는 방식(RS) 대신 종량제(RM)를 도입할 수 있다면 요금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물론 단위 가격을 지금보다 낮춰야 한다는 전제에서다. 지금도 종량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단가가 높아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반성도 했다. 알뜰폰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온라인 접속 방법을 늘리고 홍보를 강화하는 등 알뜰폰 접근성을 높이고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그는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기반을 만드는 게 목표다.

알뜰폰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선불폰 가입자 평균 매출(ARPU)이 3400원가량에 불과한데 이통사와 동일한 전파사용료를 내는 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알뜰폰은 이통시장 점유율 11%를 넘어서는 등 외형은 성장했지만 매출 기준 점유율은 3%에 불과합니다. 아직 정부 지원이 절실할 때입니다. 국민 가계통신비 인하에 앞장서는 알뜰폰이 되겠습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