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양자정보통신을 국정 세부과제로 확정한 것은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새로운 '양자산업'을 육성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부 지원이 이뤄지면 양자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 시장 창출과 인력 양성 등은 과제다.
◇양자산업 육성은 선택 아닌 필연
양자산업은 잠재력과 중요성에 비해 '당장의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동안 정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주요 선진국 정부가 10여년 이전부터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직·간접으로 막대한 연구자금을 양자산업에 투입한 것과 대비된다.
문재인 정부는 '과학기술 발전이 선도하는 4차 산업혁명' 세부과제에 양자정보통신을 포함, 양자가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임을 명확히 했다. 연내 '양자정보통신 산업 발전전략'이 수립되면 양자정보통신 기술 개발 청사진이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자컴퓨터와 양자소자 등과 균형 발전도 추진될 전망이다. 막바지에 이른 양자 국책과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라 초기 시장 창출, 기술 개발 지원, 인재 양성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양자정보통신은 한계에 다다른 현존 ICT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신기술로 각광 받는다.
나노 기술 한계에 따른 양자컴퓨터의 필연적 등장과 이에 따른 암호 체계 붕괴로 양자암호통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양자산업 육성은 '선택'이 아닌 '필연'이라는 의미다.
도청이 불가능한 통신 네트워크 구축, 슈퍼컴퓨터보다 빠른 연산 능력, 100배 이상 정밀도가 높은 계측 시스템, 혁신적 빅데이터 분석, 초고성능 인공지능(AI) 등에 양자기술이 활용된다.
◇양자 업계 “세계와 경쟁 가능”
단기간에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양자암호통신 업체는 정부 지원 확정에 고무된 모습이다. 박찬용 우리로 최고기술책임자(CTO·부사장)는 “단일 광자 검출 분야에서 우리로가 세계 톱”이라면서 “수출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이 422억원에 불과한 중소기업이지만 양자암호통신에 필수인 단일광자검출기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SK텔레콤도 22일 분당연구소에서 세계 최초 초소형 양자난수생성칩 시제품을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양자암호통신 시연도 진행했다.
양자난수생성칩은 양자 특성을 활용해 특정 패턴을 발견할 수 없는 '우연한 숫자'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패턴 노출 가능성이 있는 '가짜 난수'에 비해 보안성이 뛰어나다.
SK텔레콤은 이를 처음으로 손톱 크기 칩으로 만들고 가격을 낮춰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에 사용할 수 있게 했다. USB 형태 양자난수생성기도 개발 중이다.
곽승환 SK텔레콤 퀀텀테크랩장은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앞선 ICT 인프라와 중소기업 협력에 힘입어 짧은 시간에 선진 기술을 추격했다”면서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광수 우리넷 대표는 “대기업이 개발해 이전한 기술 덕분에 새로운 장비를 만들 수 있었다”면서 “상생협력의 좋은 모델”이라고 말했다.
◇인력 양성 등 과제 산적
과제도 적지 않다. 양자암호통신을 제외한 양자컴퓨터, 양자소자 분야는 기술력이 부족하다. 선진국 대비 6~7년가량 뒤처졌다.
당장 경제력이 있다는 이유로 양자암호통신만 지원해선 안 되는 이유다. 정보의 생성과 전송, 저장 모든 분야에 양자기술이 적용돼야 진정한 '퀀텀ICT'가 가능하다. 양자컴퓨터와 양자소자 기술을 동시 개발해야 한다. 정부가 초기 시장을 창출해야 함은 물론이다.
인력 양성도 시급하다. 양자기술을 연구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양자물리학과 ICT 분야를 동시에 아는 균형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인력이 더욱 희귀하다.
단기간에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외에 연구소를 설립하거나 해외 업체를 인수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국 화웨이는 지난해 독일 뮌헨에 양자연구소를 설립해 유럽 인재를 활용하고 있다.
양자정보통신 시장이 아직 개화되지 않아 기술력은 보유했으나 규모가 크지 않은 해외 업체가 많다. 이들을 인수하기에 지금이 최고의 기회라고 양자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