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김지현 KAIST교수 "모든 것을 디지털 전환해야 4차산업혁명 가능"

김지현 KAIST 교수
김지현 KAIST 교수

“4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기업이 업의 본질을 바꾸는 것입니다. 이 기술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기업 혁신에 활용하는 게 '디지털 전환(트랜스포메이션)'입니다. 기업은 조직, 커뮤니케이션, 평가, 마케팅 방식 등 모든 것을 바꿔야 합니다.”

김지현 KAIST 교수는 4차 산업 혁명기를 앞둔 지금, 영역 간 붕괴가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보기술(IT)이 유통 영역으로 손을 뻗고 있는 것이 대표 사례다. 기존 IT와 유통 사이에는 엄연한 벽이 존재했다. 지금은 이 벽이 무너지면서 'O2O'라는 새로운 틈새 시장이 탄생했다. 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이 가운데 영역인 'O2O'의 혁신을 IT나 오프라인(유통) 기업 중 누가 주도할 것이냐 하는 것”이라면서 “새로운 기술이 영역 간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아마존 AI 비서 '에코(알렉사)'를 주목했다. 인터넷에 연결된 에코는 음성으로 생수를 주문할 수 있다. 자동으로 결제하고 배송 정보도 알려준다. 인터넷 쇼핑몰로 시작했던 아마존은 이제 직접 에코를 생산하며 유통과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아마존 뿐만 아니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도 AI 시장에 가세했다. 국내에서는 통신사도 연이어 AI 선보였다.

“IoT와 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아마존, 구글, MS, 페이스북 등 인터넷 서비스 기업과 통신사가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를 주의 깊게 봐야합니다. 덩치가 커진 IT 기업이 이제는 제조에 투자하고 필요한 기기는 직접 생산합니다. 고객(이용자)이 어떤 기기를 원하는지 가장 잘 아는 이들이 제조에 뛰어들면서 산업 간 영역이 붕괴됩니다.”

IT 기업 공세에 밀린 전통 기업은 도태된다. 디지털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지만 필름과의 자기 잠식(카니발리제이션)을 우려한 코닥은 미래를 준비하지 못해 시장에서 뒤쳐졌다.

김 교수는 도태의 길을 걷지 않으려면 디지털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기술 도입의 문제만은 아니다. 기업 의사 결정부터 제품·서비스 개발, 마케팅까지 전 영역에서 근본적인 탈바꿈이 필요하다. 전통적 제조 기업이었던 GE가 항공기 엔진에 센서를 부착, IoT 서비스를 구현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김 교수는 “GE는 6년전 실리콘밸리에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데이터과학자를 대거 채용하고 1조6000억원을 투자해 디지털 센터를 설립했다”면서 “이 조직에 권한을 부여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탈바꿈하면서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GE는 영업이익 75%가 가능한 IoT 기반 항공기 사전서비스(Before Service)를 구현했다”고 말했다. GE는 항공기 엔진 정보를 취합, 분석해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점검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항공사에게 제공하고 있다.

김 교수는 “GE의 핵심기술은 IoT와 빅데이터지만 이를 위해 사람을 채용하고 시스템을 돌리면서 권한을 줬기 때문에 변화할 수 있었다”면서 “모든게 바뀌어야 디지털 기반 혁신에 성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