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정책 의도를 등한시하는 지자체

경기도가 정보통신망 인프라 구축 사업 입찰 공고를 돌연 취소했다고 인천조달청이 밝혔다. 낭비성 구매 방지를 위해 정부가 도입한 운용 지침에 맞지 않게 과대 발주한 것이 논란이 되자 부담을 느껴 입찰을 중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도는 미래창조과학부 권고에도 사업자가 망을 구축하고 임대해 사용하는 사업은 정부 운용지침(고시)과 무관하다며 발주를 강행한 바 있다. 업계는 “경기도가 요구한 12Tbps는 표준에서 정하는 필요 용량보다 4배나 큰 비상식의 용량이며, 해당 용량을 지원할 수 있는 장비는 특정 외산 업체뿐”이라며 특혜 논란까지 제기한 상황이다.

조달청이 경기도 네트워크 장비 관련 투자비 과다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나서자 공고 취소를 결정한 것은 공공기관 운용 지침이 실제 현장에서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평가된다. 미래부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네트워크 장비 규모 산정 표준'을 개발, 'IT 네트워크 장비 구축 운용지침(고시)'에 포함시켜 의무화했다.

최근 정보통신공사 전문업계가 “경기도가 신청사 건립 공사를 통합 발주, 입찰 참여 기회를 박탈당했다”며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었다. 업계는 저가 하도급으로 인한 중소 전문업체의 피해를 호소하며 정보통신공사업법에 명시된 분리 발주 준수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분리 발주 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세부 기준을 마련하라”고 통보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정보통신공사와 관련한 논란은 법은 존재하지만 세부 기준이나 예외 조항 부재로 인해 결론이 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공교롭게도 발주자가 주장하는 예외 조항을 수용하면 국내 중소업체에는 피해가 발생하고 외산업체에는 혜택이 돌아가는 상황이 반복된다.

정보통신공사 분리 발주, IT 네트워크 장비 구축 운용 지침 등은 모두 시대의 필요성에 의해 정부가 만들고 집행하는 것이다. 정책 의도를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반영해 예산 낭비 방지, 공정 경쟁, 중소기업 피해 예방 등 정책 목표가 제대로 실현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