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탈(脫)원전'의 의미](https://img.etnews.com/photonews/1707/978791_20170726161349_457_0001.jpg)
최근 에너지 분야의 키워드는 두말 할 나위도 없이 '탈(脫)'이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과 탈석탄을 외치면서 에너지 업계는 물론 전 국민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한편에서는 이를 찬성하면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시대로 가자고 외친다. 다른 편에서는 국가 전력 수급 안보에 우려를 표하면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탈의 사전 의미는 '벗는다'다. 우리는 흔히 나쁜 장소와 사람, 물건으로부터 벗어날 때 이 말을 사용하곤 한다. 보통 적당히 멀어지는 수준을 놓고 '탈'이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완벽히 그 무언가의 통제권에서 벗어날 때 '탈'이라는 말을 쓴다.
그래서일까. 지금 정부가 말하는 탈원전과 탈석탄은 단순히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넘어 설비 해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얼마 전 고리 원전 1호기가 영구 정지되고 해체 단계에 들어간 것도 '탈=해체'라는 등식에 영향을 미쳤다.
에너지 업계에선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탈 정책을 설비 해체로만 보고 있다는 불만도 있고, 비중만 낮추는 것이지 설비 자체를 없애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이들이 '탈=해체' 등식에 민감한 것은 설비가 곧 기업 자산이기도 하지만 무분별한 해체가 곧 국가 전원 믹스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탈원전 정책을 뒷받침하는 가장 큰 근거는 '만약 중대 사고가 난다면'이라는 가정이다. 국가 전원 믹스도 '만약'이라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만약 특정 자원이 수입되지 않는다면” 또는 “만약 악천후가 계속돼 신재생 전기가 발전이 안 된다면” 등이 그렇다.
믿고 쓸 자원이 전무한 우리나라 상황에서 설비를 해체하는 것만큼 엄청난(?) 모험도 없다. 탈원전과 탈석탄이 곧 해체로 이어진다면 우리나라 전원 포트폴리오는 반 토막 난다. 최근 취임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79년 원전 제로'를 선언했다. 원전 제로가 발전 설비 제로가 아니기를 바란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