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 결정과 공론화위원회 출범으로 본궤도에 올랐다. 그러나 여론은 '찬성'과 '반대', '기대'와 '우려'로 분열됐다.
원자력업계와 야당이 바라보는 탈원전 정책은 △과장된 위험 △성급함 △비전문성으로 이뤄진 '제왕 조치'다. 반면에 시민단체와 여당은 미래 세대를 위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당면 과제'라고 맞서고 있다. 일부에서는 에너지 기득권 세력, 일명 '원전 마피아'의 반발이라고 주장한다.
이병령 박사(전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형원전개발 책임자)는 원전의 위험이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의원을 대상으로 열린 '신고리 5·6호기, 중단해야 하는가?' 특강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원전이 망가지지 사람과는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지진이 나면 원전은 다섯 차례에 걸쳐 셧다운(가동 중단) 된다”면서 “원전이 위험한 것은 열과 방사능 때문으로, 셧다운된 원전은 열과 방사능을 배출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이 박사는 영화 '판도라'를 언급하면서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원전 사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날 특강에는 정우택 원내대표와 이채익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간사 등 자유한국당 의원 10여명이 참석했다. 이 박사는 “5·6호기 공사를 재개하는 한편 풍력·태양열 등 대체에너지를 확충, 그 결과만큼 원전을 줄이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한 달 남짓한 시간 만에 신고리 5·6호기 공사의 일시 중단이 결정됐다면서 '성급한 의사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또 공론화위원회 법상 지위를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공론화위는 법 지위가 불분명해 원전 중단 결정 시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바른정당도 전지명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공론화위원회의 비전문성을 문제 삼았다. 전 대변인은 “탈원전을 둘러싼 갈등은 고조되는데 정부·여당은 전문가 집단의 심도 있는 검토 작업 없이 비전문가로 이뤄진 공론화위를 통해 3개월 만에 정책 방향을 결정하려 한다”고 공세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반면에 시민단체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석록 탈핵울산행동 사무국장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일시 중단은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시민단체들은 탈핵이 이미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공약 채택으로 검증되고 대통령 당선으로 채택된 것이라며 핵 기득권 세력은 '재고'나 '재검토' 등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자료를 토대로 “신규 원전을 모두 건설하면 원전 사후처리비용이 97조6289억원에 이를 것”이라면서 “무분별한 원전 건설은 장차 100조원에 가까운 천문학 규모의 부담을 국민이 질 수 있는 만큼 이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계기로 향후 원전 정책 자체에 대한 심각하고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