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27>스몸비족이 늘고 있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707/979911_20170731131734_295_0001.jpg)
“스마트폰 좀 내려놓고 밥 먹으면 안돼?” 엄마 잔소리에 초등학생 아이는 아빠를 힐끗 쳐다본다. 아빠도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온 식구가 같은 밥상에 앉아 각자 혼밥을 먹고 있다. 스마트폰과 대화하며….
2007년에 등장한 스마트폰은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e메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전자상거래, 교육, 게임 등 모든 분야에서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스마트폰의 역할은 커질 것이다. 사물인터넷(IoT) 환경에서 인공지능(AI)을 겸비한 스마트폰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사용이 증대될수록 피해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마치 불이 인간 사회에 등장하면서 문명 혜택과 인명 피해를 동시에 가져온 것과 비교된다.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27>스몸비족이 늘고 있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707/979911_20170731131734_295_0003.jpg)
7월 중국 안후이성 쑤저우시의 한 육교에서 발을 헛디뎌 사망한 여학생도 장쑤성 쑤첸시 공원호수에서 익사한 15세 소년도 스마트폰에 심취한 '스몸비(스마트폰+좀비)족'이었다. 보행 중 인명 피해도 심각하지만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은 더욱 문제가 된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세계 각국의 피해자는 최근 5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했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 초등학생 80%가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다고 하니 위험천만한 일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스마트폰 운전이나 보행은 인지도를 50% 이상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중독 의심자가 20%에 육박한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6년 통계에 의존하지 않아도 스마트폰 중독이 의심되는 사람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청소년 전유물인 줄로만 알고 있던 스마트폰 중독이 성인에게도 흔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중독은 시력 저하, 우울증, 손목터널증후군, 수면 장애, 대인기피증 등 많은 부작용을 동반한다고 보고되고 있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현대병이라 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스마트폰 중독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곤 있지만 역부족이다. 그대로 두면 5년 이내에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 중독으로 고통 받을 수 있다.
청소년들이 댓글 폭탄과 단체 문자를 보내 집단따돌림(왕따)을 발생시키는 일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30%가 넘는 청소년이 사이버 불링을 경험했다는 보고는 가위 충격이다. 스마트폰이 없어도 있어 온 일이어서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스마트폰 중독이 더 많은 왕따 경험을 만든다는 보고도 있다. 성인들 사이에서도 허위 사실 유포로 멀쩡한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일이 허다하게 일어나고 있다. 대수롭지 않게 들리지만 피해 당사자에겐 정체성을 훼손시키고, 심지어 자살에 이르게 할 정도로 심각한 사건이다.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27>스몸비족이 늘고 있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707/979911_20170731131734_295_0002.jpg)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자가 90%를 넘는 만큼 올바른 스마트폰 문화를 정착시키는 노력은 시급하다. 스몸비 현상이나 스마트폰 중독 등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속히 강구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우선 스마트폰 문제를 법과 규제로 제어할 것인지 문화 운동으로 제어가 가능한지를 견줘 봐야 한다.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압수하는 구시대식 발상은 실효성이 없다. 미국 뉴저지주에서 시행한 '보행 중 문자 발송 벌금 제도', 독일에서의 '스몸비족을 위한 지면 신호등', 성균관대가 설치한 '스마트폰 보행로', 미국 안전협회의 '스마트폰 보행 사고의 정식 사고 유형 분류' 등 소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