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물리 버튼이 아닌 화면을 터치하는 것만으로 사용자 지문이 판별되는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상용화가 해를 넘길 전망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최초 탑재를 두고 물밑에서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애플과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에 출시하는 전략 스마트폰에 이를 적용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술 장벽이 상당해 보인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차기 아이폰에 채택된 디스플레이에는 지문 인식 기능이 통합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아이폰에 사용되는 5.85인치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지문 인식 기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은 것이 근거다.
아이폰에 채택된 OLED 디스플레이 배면에는 금속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3D 터치를 위한 금속판이 붙어 있어 초음파 센서를 적용할 수 없다. 초음파 센서는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 구현 기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또 아이폰 디스플레이는 폰 전면을 가득 채우도록 설계돼 있어 별도의 지문 인식 센서를 둘 수 없는 구조인 것으로 전해졌다. 센서 자체를 배치할 공간이 없기 때문에 디스플레이 상에서의 지문 인식은 구현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애플 사정에 밀접한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앞선 아이폰들처럼 멀티 터치와 3D 터치 기능은 지원하지만 사용자 지문을 판별하는 지문 인식 기능은 구현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전했다.
최신 스마트폰은 전면을 화면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 트렌드다. 이른바 '풀스크린'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홈버튼도 없애야 하는데 홈버튼이 지문 인식 기능도 겸했기 때문에 대체가 쉽지 않았다. 화면 크기를 늘리면서 지문 인식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 즉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 인식이 대안으로 주목 받은 배경이다.
그러나 아직 상용화에 성공한 곳이 없다. 삼성전자도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에 공을 들였지만 연내 출시가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S8에 이어 올 9월 출시 예정인 갤럭시노트8(가칭)에도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을 구현하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검토해 온 광학식 지문 인식 기술은 실제 테스트에서 성능이 미흡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4월 내부 평가에서 상용화가 힘들다는 결론을 내리고 개발 과제도 중단했다”면서 “노트8 지문 인식은 후면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밝혔다.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 스마트폰은 중국 비보가 지난 6월 퀄컴 초음파 센서를 사용한 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출시 시점이 명확치 않아 미지수다. 무엇보다 시장 파급이 큰 애플과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에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 기술을 넣지 못하면서 정면 대결이 미뤄지게 됐다.
디스플레이 지문 인식 기술은 난도가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스플레이 위에 지문 인식 센서가 올라갈 경우 화질을 방해해선 안 된다. 센서의 투명도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또 디스플레이 패널 배면에 센서를 배치하면 지문인식률이 떨어질 수 있다. 지문 인식 센서 고장 시 수리에 어려움이 따른다. 기술 개발이 끝나도 실제 적용은 또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