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약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과 가격 경쟁력 약화는 베이징현대자동차의 가장 큰 약점 가운데 하나다. 중국산 SUV는 과거 짝퉁 이미지에서 벗어나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우며 판매량 면에서 현대차를 압도하고 있다.
하발은 중국 SUV 시장에서 2011년부터 6년 연속 판매 1위를 차지한 창청자동차의 SUV 전문 브랜드다. 하발의 주력 모델인 H6는 2014년 31만5881대, 2015년 37만3229대, 2016년 58만683대로 해마다 가파르게 판매를 늘리며 현지 SUV 판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발은 다양한 SUV 라인업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요구에 응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초소형 SUV 하발 H1부터 초대형 SUV H9까지 10종 이상의 SUV를 판매하고 있다. 반면에 현대차의 SUV 라인업은 ix25, ix35, 올뉴 투싼, 싼타페 등 모두 4종에 불과하다.
하발 H6와 동급 모델로 꼽히는 현대차 싼타페는 가격 경쟁력 면에서 중국산 SUV에 크게 뒤진다. 해마다 판매량도 줄고 있다. 2014년 7만1424대를 판매하던 싼타페는 2015년 3만3356대로 반 토막이 났고, 지난해에는 2만2438대까지 판매가 감소했다.
싼타페의 중국 현지 가격은 22만4800~28만9800위안(약 3740만~4820만원)으로, 하발 H6의 11만8800~14만6800위안(1970만~2440만원)보다 2배 가까이 비싸다. 그러나 가격차를 상쇄할 정도로 상품성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게 현지 업계의 평가다.
하발은 올해 4월 상하이모터쇼에서 H6의 전면 교체(풀 체인지)를 거친 신형 H6를 발표했다. 파워트레인 성능 개선은 물론 중국차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디자인 완성도를 높였다. 신형 H6의 디자인은 BMW X5, X6 등의 디자인을 담당한 BMW 출신 디자이너 피에르 르클레르가 총괄했다.
신형 H6는 싼타페의 절반 가격에도 대등한 수준의 차체 크기와 주행 성능을 제공한다. 신형 H6의 파워트레인은 1.3ℓ 터보, 2.0ℓ 터보 두 가지 가솔린 엔진과 7단 이중클러치변속기(DCT)를 조합했다. 싼타페는 2.4ℓ, 2.0ℓ 터보 가솔린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갖췄다. 2.0ℓ 동급 사양을 비교하면 최고 출력 면에서 싼타페(180㎾)가 H6(145㎾)보다 다소 앞서지만 두 차종 모두 일상주행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편의 사양 면에서는 신형 H6가 싼타페보다 오히려 우세하다. H6는 12.3인치 디스플레이, 풀 액정표시장치(LCD) 계기판, 전자식 변속기 등 일부 항목에서 싼타페보다 호화로운 첨단 사양을 제공한다.
안전 사양도 신형 H6는 싼타페와 동등한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 싼타페는 긴급자동제동장치(AEB), 전방충돌경고장치(FCWS), 고사양차간거리유지기능(ASCC) 등 최신 안전장치를 탑재했다. H6 역시 주행안전장치(ESP)·전복방지장치(RMI) 등 안전사양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차로이탈경고장치(LDW)·후측방경고장치(CTA) 등을 선택 사양으로 마련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