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에 터치 일체형 디스플레이 '와이옥타(Y-OCTA)'를 전면 적용한다. 와이옥타는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터치 기능을 넣은 삼성디스플레이 독자 기술이다. 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에서 곧바로 터치 기능을 구현하기 때문에 별도의 부품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터치필름 등 관련 부품업계는 그만큼 수요가 주는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1일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모델 '갤럭시S9(가칭)' 시리즈에 와이옥타를 전면 도입하기로 하고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갤럭시S9 시리즈 2개 모델에 들어갈 디스플레이를 와이옥타로 만드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5.77인치와 6.22인치 플렉시블 OLED가 현재 준비되고 있는 디스플레이 크기다. 5.77인치와 6.22인치는 올 상반기에 출시된 갤럭시S8 시리즈와 크기가 같다.
삼성전자는 와이옥타 기술을 갤럭시S8에서 1개 모델(5.77인치)에만 일부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에 출시하는 갤럭시노트8에서도 와이옥타가 아닌 기존의 필름 타입 터치를 사용했다.
그러나 갤럭시S9에서는 와이옥타가 전면 도입된다. 와이옥타 전면 확대는 생산 시설이 갖춰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와이옥타 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충남 아산 탕정 A3 1개 라인에서 만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와이옥타 생산 능력은 현재 스마트폰 기준 월 300만~400만대다.
이 규모가 내년에는 갑절 이상 늘어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연내 완공을 목표로 OLED 전환 중인 충남 아산 탕정 L7-1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라인을 와이옥타로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공장이 가동되면 월 1000만대 안팎의 와이옥타 물량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대표 스마트폰인 갤럭시S 시리즈는 월 500만대, 노트 시리즈는 월 300만대 규모로 각각 생산된다. 수율을 고려해도 자사 대표 스마트폰 모델 모두를 공급할 수 있는 와이옥타 패널 생산 라인이 갖춰진다.
와이옥타의 핵심은 터치 기능을 디스플레이로 통합하는 것이다. 패널 제작과 터치 기능을 한 공정에서 처리한다.
지금까지 플렉시블 OLED에서 터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필름 기반의 터치스크린패널(TSP)을 추가해야 했지만 와이옥타는 이런 과정이 필요 없다. 이 때문에 디스플레이를 더욱 가볍고 얇게 만들 수 있고, 원가도 이전보다 30%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관련 부품업계에는 치명타다. 터치 관련 부품·소재 공급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당장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TSP를 공급하던 업체들은 내년부터 사업 기회를 잃게 생겼다. TSP를 커버 유리에 붙이는 작업, 인듐주석산화물(ITO) 필름 같은 소재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 플래그십 스마트폰 중심으로 와이옥타를 적용할 방침이다. 경쟁사와 차별되는 삼성 독자 기술인 만큼 프리미엄 전략을 최대한 구사하겠다는 전략이다.
와이옥타 확산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원가 절감이 탁월해 앞으로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가 내놓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에 기술이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짙다.
TSP와 같은 관련 부품업계가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터치업계 관계자는 “LCD 때도 디스플레이 일체형 터치 기술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면서 “플렉시블 OLED에까지 터치 일체형 기술이 확산되면 기존 사업의 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