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 서울대 공대 객원교수](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17/08/07/article_07095000777614.jpg)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 3일 개각을 단행했다. 2012년 12월 26일 정권 출범 이후 세 번째다. 4월까지만 해도 60%를 넘던 지지율이 갖가지 스캔들로 7월 말에 30%대로 내려앉자 서둘러 체제 안정에 나선 것이다.
이번 개각에 따라 각료 19명은 첫 입각 6명, 유임과 전임 6명, 재입각 7명으로 포진됐다. 아베 총리는 “베테랑에서 젊은 인재까지 폭넓게 등용하면서 결과 중시, 업무 제일, 실력 본위의 포진을 갖췄다”면서 “최우선 과제는 경제 재생이며, 아베 내각은 지금부터도 경제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살리기를 국가 최우선 과제로 재천명한 것이다. 지난 2012년 총리 취임 때 일본 경제의 재생 없이는 재정 재건도, 일본의 장래도 없다고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베 총리는 경제사령탑 역할을 하는 경제재생장관에 경제산업성 장관 경험이 있는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정조회장을 임명하고, 새로 생긴 인재육성혁명담당장관까지 맡겼다. 유임된 아소 타로 재무장관,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성 장관과 3각 체제를 이루며 아베노믹스를 더욱 가속시키겠다는 아베 총리의 의지가 담겼다.
일본 경제계는 이번 개각에 환영의 메시지를 보내고 아베노믹스의 추진과 규제 개혁 지속을 촉구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에 앞서 일본 경제 연례 보고서에서 “아베노믹스는 전진하고 있지만 목표에 아직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본은행의 금융 완화 지속과 정부의 임금 인상 정책을 주문했다. IMF는 일본 경제의 실질성장률이 2016년의 1.0%에서 2017년에는 1.3%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IMF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베노믹스의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며,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가 경제를 다시 강조하고, 경제계가 이를 환영하고, IMF도 입장을 바꾸는 일련의 움직임은 일본 기업들의 실적 호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최근 높은 수익을 거두며 사상 최고 연구개발(R&D)비를 투입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결산에서 순이익이 늘어난 상장 기업들이 70% 이상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견인력은 제조업으로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선진국과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수요를 잡아챈 것으로 풀이된다. 상장 기업 가운데 29%는 연간 기준으로도 순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실적 전망치를 조기에 상향 조정하는 기업이 잇따르고 있다.
상장 기업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 2014년 1분기 이래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경상이익은 29%, 순익은 63%(제조업 82%) 각각 증가했다. 일본 기업들이 이런 실적 호전을 임금 인상에 반영하면 일본 국내 경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일본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기업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기업 R&D 투자도 크게 늘고 있다. 주요 기업(대상 268개사)의 약 40%가 예년에 비해 훨씬 많은 R&D비를 투입하고 있다. 올해 R&D비 총액은 지난해보다 5.7% 늘어난 12조444억엔으로, 도호쿠 대지진 이듬해인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주요 투자 대상은 자율 운전, 전기자동차,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로보틱스, 보안, 의료기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기술이다. 이런 R&D 투자 확대는 최근 변혁기에 새로운 투자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일본 기업들이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기업의 기본 역할은 종업원들에게 임금을 지불하고, 성장 투자에 힘쓰고, 주주에 이익을 환원함으로써 경제의 혈액이라는 자금 순환을 촉진하는 일이다. 기업의 돈 씀씀이는 국가 경제 활성화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정치와 재계가 2인3각으로 추진해 온 아베노믹스가 지지율 급락 속에서 일본 기업들의 실적 호조를 견인차로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의 제이노믹스도 이런 기업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앞으로 순항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업의 실적 호전, 고용 확대와 임금 인상, R&D 투자의 선순환을 유도하는 정책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곽재원 서울대 공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