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정보기술이 투찰률 45.147%, 투찰금액 69억7995만원에 '서울교통공사 1~4호선 광전송망 개량사업'을 수주했다. 예가(약 154억원 추정) 절반 미만으로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서울교통공사가 2단계 최저가입찰제를 적용했기에 가능한 결과다. 1단계 기술평가에서 일정 수준 이상 점수를 받은 업체를 선별, 2단계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특정 가격 이하로 가격을 제시해도 사실상 감점 등 불이익이 없다.
◇국산 입지 줄어···중국산에 속수무책
현대정보기술은 중국 화웨이 장비를 제시했다. 국산 장비업체 우리넷(98억9000만원), 코위버(113억9000만원) 제안 가격과 30억~40억원, 노키아 등 글로벌 제조사 장비를 제안한 통신사업자와는 50억원 이상 차이다.
서울교통공사 입찰에서 현대정보기술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씨스존(투찰률 53.362%)도 중국 제품을 제안했다. 국산 통신장비는 글로벌 제품 대비 저렴하지만 중국 업체의 공격적 가격 공세에는 속수무책이다.
국내 장비 업체가 가격으로 중국 업체에 대응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산 장비 업계는 사업 수주를 위해 정상 가격 이하로 투찰하고 저가 장비를 공급할 수밖에 없다. 사업 품질은 떨어지고 발주처에도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장비업체 임원은 “적자를 보면서 사업을 수주하면 품질 저하로 피해가 제안사와 발주처 모두에게 돌아간다”며 “발주처는 저가로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추가로 요구하는 사항이 많아 2단계 최저가입찰제에서는 문제가 생기고 소송이 잦다”고 지적했다.
◇2단계 최저가 입찰제 개선 요구
2단계 최저가 입찰제는 경쟁을 통한 예산 절감을 이유로 공공기관에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사업을 수주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안과 안정성이 요구되는 분야일수록 2단계 최저가 입찰제는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통신장비 업계는 가격 하한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정 가격 이하로 제안할 경우 감점을 주면 출혈경쟁도 막고 기술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통신장비업체 관계자는 “여러 제안사가 제출한 가격 평균을 적정가격으로 특정 가격 이하로 가격을 제안하면 감점을 주는 등 새로운 입찰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교통공사 1~4호선 광전송망 개량사업 입찰 결과>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