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외교 정상화에 주력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출범과 동시에 한·미 정상회담과 G20 다자외교 등을 통해 잃어 버린 대북 관계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노력은 돋보였다. 그럼에도 북한의 도발은 계속됐고, '괌 포격 사격' 위협까지 이어지면서 북핵 위기는 어느 때보다 고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군사분계선(MDL)에서의 상호 적대 행위 금지,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 '베를린 구상'은 북한의 무호응으로 길을 잃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환경영향평가 때문에 미루겠다고 했다가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서 발사대 4기를 임시 배치하기로 하는 등 대북 정책도 오락가락했다. 대화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주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구상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사드 배치를 서두르는 모습에 중국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 일본과는 위안부 합의 재협상과 독도 영유권 주장 등으로 여전히 관계가 회복되지 않았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점에 실망감이 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대북 공조가 신속하고 친밀하게 이뤄졌다. 이들은 단독 정상회담도 세 차례나 가졌다.
코리아 패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을 둘러싼 정확한 정세 인식과 함께 대외 협상력 제고가 중요하다. '4강 대사' 임명 지연도 코리아 패싱 우려를 커지게 했다. 우리나라가 원활한 대북 외교를 펼치려면 미·중·일·러와의 긴밀한 외교가 중요하지만 취임 100일이 다 돼 가는 시점에도 이들 대사 인선은 마무리 짓지 못했다.
외교·안보 현안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통상·무역 문제도 꼬였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중, 대미 통상 문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부터 경제 현안으로 주목받았다. 사드 배치 이후 노골화된 중국의 통상 보복 문제부터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요구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 첫 정부 조직 개편 과정에서 통상 업무를 외교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논란과 공방으로 컨트롤타워가 흔들린 여파가 컸다. 결국 통상 업무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존치하되 차관급 통상교섭본부를 신설함으로써 통상 현안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석 달이 지나서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임명됐다. 김 본부장은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 회기 개최부터 시작해 우리나라 통상 이익을 방어해야 할 임무를 부여받았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한·미 FTA 개정의 근거로 내세우는 미국의 대한 무역 적자 원인이 FTA인지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요청한 자국 내 공동위원회 개최도 역제안, 우리나라에서 열어야 한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양국 통상 라인은 특별회기 개최와 관련해 실무 협의를 계속하고 있지만 실제 회의 개최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최근의 통상 문제는 대부분 외교, 안보 현안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익 균형'이라는 통상의 기본 원칙에 맞는 전략 마련과 함께 협상을 주도할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