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교육 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취임 이틀 만에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지하고 절대평가를 확대하는 수능 개편 시안도 발표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방을 벌여 온 누리과정 예산 문제도 내년부터 전액 국고로 지원키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학교 줄 세우기 문제가 심각하던 일제고사도 폐지했다.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폐지의 뜻도 밝혔다.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경쟁과 입시 중심 교육에서 핵심 역량을 키우는 교육으로 변화시키겠다는 목표 아래 관련 정책을 단숨에 밀어붙였다. 개혁 의지가 강한 만큼 실행 속도도 빨랐다.
이에 따른 반발도 만만치 않다. 단순히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과 개혁하려는 세력의 싸움이라고만 일컬을 수는 없다. 수능 개편 시안만 해도 절대평가를 4개 과목으로 확대하는 안과 7개 전 과목에 적용하는 안 모두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공방이 가속화됐다.
최근 나온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은 문재인 정부의 대개혁 의지가 표출된 교육 정책이다. 한편에서는 후보 시절에 약속한 강도 높은 교육 개혁과 달리 현실과 타협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공방이 확산되면서 교육 개혁에도 제동이 걸렸다.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몇 개 과목만 절대평가를 도입하면 공약 후퇴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온다. 수능만 바꿔서는 학생부전형 등 오히려 다른 분야로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긴 호흡으로 학교 교육과 입시 보조를 맞춰 개혁해야 하는데 입시 제도만 바꿔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외고·자사고 폐지도 서울시교육청의 재지정 결정으로 순탄치 않은 길을 가게 됐다. 외고·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면서도 기존 제도로는 폐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서울시교육청의 해명이었다.
고교 학점제, 대입 제도 개선, 거점 국립대 육성 등 여러 교육 개혁 과제가 산재했지만 현실 문제와 이해 당사자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이라는 벽 앞에 어정쩡한 절충안이 나올 가능성도 짙다.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는 “학교 교육 정상화 및 내실화를 위해서는 수능 절대평가뿐만 아니라 내신 절대평가, 나아가 고교 학점제의 성공적 작동을 위한 환경 마련 및 교과서 편제 개선 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보경 산업정책부(세종)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