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33>연애 커뮤니케이션(1)-서프라이즈](https://img.etnews.com/photonews/1708/985144_20170818112020_025_0001.jpg)
대기업 홍보실에 근무하는 서른 중반의 이 팀장. 소개받은 남자가 마음에 들었다. 그런대로 괜찮았다. 마흔 넘은 나이가 걸렸지만 자신도 이미 나이 따질 처지가 아니다. 첫 만남에 마음을 열었다.
두어 달 흘렀을까. 연애전선에 균열이 생겼다.
“정말 답답해요. 센스라고는 손톱만큼도 없어요. 저러니 이제껏 장가를 못 갔죠!”
이 팀장을 화나게 한 남자의 커뮤니케이션, 무엇이 문제였을까.
첫째, 이 팀장은 상대가 준비 없이 약속장소에 나와 “어디 갈까요?” “뭐 먹고 싶어요?” 묻는 태도에 짜증이 났다. 만나기 전에 어딜 가면 좋을지, 어디가 맛집인지 알아오면 좋으련만. 그녀는 퇴근 후 만나는 짧은 데이트에 우왕좌왕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다고 했다. 몇 차례나 갈 곳을 결정 못해 시내를 맴돌다 밥 때를 놓친 적도 있었다.
만나기 전에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는지, 저녁은 무얼 먹고 싶은지 넌지시 묻고 고민하시라. 잠깐이면 된다. 모르겠으면 미리 여자에게 아는 맛집을 소개하라고 선수 치는 것도 괜찮다. 시간은 금이다. 어디로 갈지 갈팡질팡하는 모습에 실망한다. 머릿속에 맛집 그림이 없는 남자라면 결혼해서도 뭐 먹을지 묻기만 할 것이다.
뭘 먹고 싶은지 물었을 때 여자가 말하는 '아무거나'를 믿지 마라. '아무거나 괜찮다'고 아무 분식집으로 데려가는 건 여자를 아무렇게나 대하는 일이다. 순두부가 먹고 싶다고 하면 소문난 순두부 집을 찾아보는 센스, 맛집 이야기로 대화는 늘어간다.
![[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33>연애 커뮤니케이션(1)-서프라이즈](https://img.etnews.com/photonews/1708/985144_20170818112020_025_0002.jpg)
여자에게 서프라이즈란 관심이라는 증거다. 매번 서프라이즈를 준비하란 게 아니다. 서너 번에 한 번쯤 묻지 말고 예약한 곳으로 이끌어보라. 여자는 별 것 아닌 데서 감동한다. 결혼하면 양푼에 밥 비벼 먹을 만큼 아무거나 잘 먹는다.
두 번째, 여자는 직설화법보다 은유를 좋아한다. 드러내고 속마음을 표현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남자가 이 팀장에게 주말 약속을 물었다. 그녀는 '안 될 것 같다'고 거절했다. 약속이 없지만 남자 제안을 한 템포 늦췄다. 쉽게 말하면 '밀당'이다. 남자는 알겠다며 바로 전화를 끊었다. 주말 약속 하나가 없어졌을 뿐인데 이 팀장은 인생 전체가 날아간 듯 속이 상했다. 여자 입에서 나온 말을 모두 진심으로 아는 순간 남자는 변덕과 심통에 시달릴 각오를 해야 한다.
여자가 “오늘 일이 많아서 밤 샐 것 같아”라고 말하면 '오늘 내 곁에 있어도 된다'는 의미다. 이때 남자가 “건강 챙겨가면서 일 해” “일 열심히 해” “파이팅”으로 응수하는 것은 매를 버는 행동이다. 눈치 없는 남자에게 여자의 복수는 지독하다.
“같이 밤새워 줄까? 심심할 텐데” “야식 먹으러 갈까?” 여자가 “굳이 그럴 필요 없다” 말한다고 곧이곧대로 들었다간 2차 복수, 심술 게릴라 장기전에 시달리게 된다. 한 번에 포기하지 마라. 진심은 두 번째부터 효력이 있다. 여자의 진심이 어디까지인지 알고 싶다면 인내심을 가지고 '한번 더'에 미련 두라는 말이다.
여자의 'Yes'와 'No'를 구별하는 남자는 세상에 없다. 적어도 썸 타는 중에는 'No'를 '꺼진 불도 다시 보는 밀당'용으로 해석하는 것이 유리하다. 여자는 열 번까지 찍히는 것을 좋아한다. 재차 묻고 보채는 남자, 여자는 마지못해 응한다.
“보고 싶고, 생각나고, 가슴이 두근거려.”
남자로선 오글거리겠지만 여자는 언제 들어도 행복한 멘트다.
문화칼럼니스트 sarahs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