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창의적인 제품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창의적인 제품을 개발한 사람은 어떻게 아이디어를 떠올렸을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1980년 미국의 한 사례로 시작한다.
![[창의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5)창의적인 아이디어 발상의 강력한 도구, 공감](https://img.etnews.com/photonews/1708/985303_20170830130808_863_0001.jpg)
복잡한 뉴욕의 거리를 헤매고 다니는 노인이 있었다. 걷기도 힘들어 보이던 노인은 캐나다를 포함해 116개의 지역을 떠돌아다녔다. 어느 날은 노숙자로 또 어느 날은 귀부인으로 매번 행색을 바꾸던 노인은 대체 누구였을까. 얼마 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제품이 세상에 공개됐는데 만든 이가 바로 그 노인이었다.
노인이 세상에 내놓은 제품은 높이를 낮추고 계단을 없앤 저상버스, 양손잡이용 칼과 가위, 손잡이를 고무로 만든 냄비, 소리가 나는 주전자 등 지금도 우리가 일상에서자주 사용하는 것들이었다. 팔순이 넘은 노인이 어떻게 이런 제품을 디자인할 수 있었을까. 그 비밀은 금방 밝혀졌다. 놀랍게도 그녀는 노인이 아닌 26살의 젊은 디자이너 패트리샤 무어였다.
그녀는 왜 노인행세를 하며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걸까. 패트리샤 무어는 코카콜라 병을 만든 디자인회사 레이먼드 로위에서 일했다. 그녀가 속한 팀은 새로운 냉장고를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회의 중 그녀는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경험을 떠올리며 말했다.
“관절염을 앓거나 팔 힘이 없는 노인들도 쉽게 열 수 있는 냉장고 손잡이를 만들면 어떨까요?” 그때 선배 디자이너가 답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하지 않아.”
그 후 패트리샤는 회사를 그만두고 직접 노인을 위한 디자인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인터뷰와 관찰만으로는 노인의 불편함을 모두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직접 노인의 삶을 살아보기로 한다. TV프로그램 SNL의 분장사 바바라 캘리를 찾아간 그녀는 80세 노인으로 분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철제보조기로 다리를 뻣뻣하게 만들고 도수가 맞지 않는 안경을 썼다. 귀에는 솜을 넣어 잘 들리지 않게 했다.
이렇게 노인의 모습으로 지낸 3년 간 그녀는 전에는 알 수 없었던 많은 것을 경험했다. 버스를 올라탈 때마다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고 신호등이 깜빡 거릴 때는 조바심이 나 힘들었다. 10분 거리였던 레스토랑에 가는데 1시간이 걸리고 앞이 잘 안보여 넘어지는 일도 흔했다. 그녀는 그 경험을 하나하나 디자인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가 인정하는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어냈다.
창의적인 제품, 좋은 디자인은 특이하거나 예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아이디어란 사람을 위한 것이다. 누군가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면밀히 관찰하고 직접 경험하는 것은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상에 꼭 필요한 과정이다. 수많은 제품이 쏟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산자 중심의 제품이 더 이상 소비자 마음을 얻기 힘들어진 지금, 인간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은 강력한 도구다. 공감을 잘 하기 위해서는 제품이 아니라 사람을 봐야 한다. 그 사람이 되는 것, 그 사람의 행동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 하는 것, 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 그 사람이 말로 하지 않는 것까지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진짜 문제를 찾아 낼 수 있고 제대로 된 아이디어를 도출 할 수 있다.
지금 아이디어가 필요한가. 그렇다면 책상에 앉아서 빈 종이에 아이디어를 끄적일 것이 아니라 당장 밖으로 나가서 당신이 도울 수 있는 그 사람을 만나라. 책상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공동기획:비즈플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