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생을 위한 환생, 냉동인간은 깨어날 수 있을까?
1993년 개봉한 영화 '데몰리션 맨'은 냉동인간이 40년 이후 깨어나 미래 세계를 누비는 장면을 담아냈다. 엘리트 형사 존스파르탄은 2032년 미국 LA에서 놀라운 장면을 목격한다. 도시는 혁신적 경영 방침으로 모든 범죄가 사라진 상태다.
하지만 냉동감옥에 갇혀 있던 범인 피닉스의 탈출로 도시는 다시 파괴되기 시작한다. 20여년 전 영화지만 '냉동인간'과 '시간여행'이라는 참신한 소재로 많은 SF 영화팬 호기심을 자극한 작품이다.
냉동인간은 현실에도 존재한다. 1972년 미국 애리조나 주 스코츠데일에 세워진 비영리 앨코 생명재단은 냉동인간을 보관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법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은 이들의 시신을 액체 질소를 활용해 냉동으로 보존한다.
영하 196도 질소탱크에서 환생을 기다리며 냉동 보존된 시신은 약 150여구다. 전체 회원수는 1100여명에 달한다. 먼 훗날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죽은 생명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진 자들이다. 시신 1구당 보존 비용은 20만달러(약 2억2000만원)다. 16가지 약물 처리, 동결방지처리 등 조치를 거친 후 곧바로 냉동보존에 들어간다. 사망선고가 내려지고 시신이 굳어지기까지 35분 내에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 신체 전부가 아닌, 뇌만 냉동으로 보관하는 것도 가능하다.
'냉동인간이 다시 깨어나 영생을 이룬다'는 결말이 나오기 위해서는 냉동이 아닌 '해동'이 관건이다. 먼 훗날 과학이 발달해 죽은 인간을 다시 살려낼 수 있을지라도 해동하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아직까지 냉동 보관된 인간을 해동한 사례는 없다. 동물 해동에 성공한 사례만 존재한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로버트 매킨타이어 매사추세츠공대(MIT) 과학자가 초저온에서 토끼 뇌를 냉동시켰다가 해동해 뇌기억을 거의 완벽한 상태로 재생시켰다고 보도했다. 토끼 머리에서 피를 제거하는 대신 뇌혈관을 통해 글루타르 알데히드로 불리는 화학성분 고정액을 주입시키는 방식으로 성공했다.
냉동할 권리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실제 영국 법원에서는 냉동캡슐에 들어가고자 하는 소녀와 이를 말리는 아버지 간 법정소송에서 소녀의 손을 들어준 사례가 있었다. 냉동인간이 되고자하는 것은 부모 동의가 아닌, 본인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자율성'을 보장한 대표 사례다. 희귀암을 앓던 이 소녀는 결국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고 냉동캡슐에서 기약 없는 잠을 자고 있다.
앨코생명재단은 영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우리는 희망을 파는 것이 아닌, 제2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탈 수 없는 탑승권을 파는 악질'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만약 잠들어 있는 냉동인간이 100년 후 다시 태어난다고 가정하면 그 사람의 인생은 행복할 수 있을까. 인간의 삶은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 100년 후 우리가 딛고 있는 이 땅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을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