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국내 자동차 회사들의 담합 의혹이 불거지자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1일 3000억유로가 넘은 자산을 관리하는 독일 3위 자산운용사 유니온인베스트먼트는 이달부터 지속가능 펀드 자금을 다임러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 회사 지속가능 펀드는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비금융적 요인들을 참고하며 모두 300억유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유니온 인베스트먼트는 이 펀드가 폴크스바겐(VW)에도 투자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870억유로의 자금을 굴리는 아카디안과 에르스테 등 다른 2개의 자산운용사도 환경과 사회, 기업 거버넌스를 고려하는 내부 펀드들에 동일한 조치를 취했다. 이들은 아예 독일의 모든 자동차 회사들을 투자대상에서 제외했다.
아카디안의 아샤 메타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독일 자동차 업계 전반에 형편없는 관행들이 만연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많은 회사들이 고객관계와 부패를 포함한 각종 의혹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7110억유로의 자금을 보유한 독일 최대 자산운용사 도이체애셋매니지먼트, 1000억유로의 자금을 운용하는 프랑스-벨기에 합작 자산운용사인 캉드리앙 등도 독일 자동차 회사 투자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4위 자산운용사인 데카는 자동차 회사 투자를 중단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데카 측은 “행동형 주주로서 기업들을 상대하는 것이 더 나은 길이라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독일 자동차 회사들을 외면한 것은 이들 기업이 20여년간 카르텔을 형성, 기술적 발전을 늦추고 경쟁을 해치는 담합 행위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포르셰, BMW, 다임러가 차량의 기술, 비용, 부품업체, 시장, 전략, 디젤차의 배출가스 처리 등을 협의할 목적으로 200명 넘는 직원들이 참여하는 모두 60개의 실무그룹을 가동하고 있었다는 것이 의혹 내용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독일 당국은 이들 5개사의 담합 의혹이 불거지자 사실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김명희 경제금융증권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