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개시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첫 회동을 가졌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개정 협상을 즉시 시작하자는 미국 측 요구에 맞서 한·미 FTA 성과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성과 분석이 먼저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양국 대표단은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FTA 개정 여부를 다루는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열었다.
김 본부장은 이날 오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영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30분 동안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대화했다. 우리 입장을 제가 설명했고 라이트하이저 대표도 본인 입장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또 “후속 실무회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회의 내용은 추후 말하겠다”며 “첫 협상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 입장에 대한 미국 반응에 대해서도 “첫 회의에서는 예측하기가 참 어렵다”고 말했다.
한·미 통상 당국은 특별회기에서 기존 입장 차이에 따른 팽팽한 줄다리기를 진행했다.
미국은 한·미 FTA 발효 이후 5년 간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상품교역)가 두 배로 증가한 점을 지적했다. 무역적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FTA를 개정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와 철강 등 대한(對韓) 무역적자가 대폭 확대된 업종이 주요 타깃이다. 우리나라는 FTA의 상호 호혜적 측면을 강조하고, 우선 FTA 효과를 제대로 분석하자고 제안했다.
정부는 앞서 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한미 FTA 발효 이후 러스트벨트를 포함해 미국 50개 주(州) 중 40개 주의 대한 수출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무역적자 원인이 한·미 FTA가 아니라 미국의 낮은 저축률과 한국 경기침체로 인한 수입 감소 등 거시경제 요인이라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는 2011년 133억달러에서 2015년 283억달러로 증가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한·미 FTA가 아니었다면 무역적자가 283억달러가 아닌 440억달러로 늘어났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미 FTA 개정 협상 시작 여부는 양국이 합의해야 가능하다. 미국 무역적자 원인이나 한·미 FTA의 경제적 성과에 대한 입장 차이가 크다. 첫 회의만으로 개정 협상에 합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양국이 개정에 합의하더라도 통상절차법에 따라 경제적 타당성 검토와 공청회 개최, 통상조약 체결계획 수립, 체결계획의 국회 보고 등 절차를 거쳐야 개정 협상 개시를 선언할 수 있다. 미국도 협상 개시 90일 전에 미 의회에 협상 개시의향을 통보하고 연방관보 공지와 공청회, 협상목표 공개 등의 절차를 마쳐야 한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