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8일 우리나라 최초 원자력발전소 고리원전 1호기가 역사 속으로 퇴장했다. 운영된 지 40년 만이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여부는 공론화위원회에 맡겨졌다.
고리원전 1호기 가동 중단은 국가에너지 정책 전반에 걸친 검토가 불가피하다는 과제를 안겼다. 자연스럽게 이른바 '에너지 선진국'이라 불리는 다른 나라의 에너지 정책과 환경을 되돌아보게 한다.
2011년에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세계 각국은 원전 감축에 힘쓰고 있다. 독일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22년까지 독일 내 모든 원전을 폐기하기로 했다. 청정에너지 개발 정책을 적극 전개, 안정된 전원 공급 구조를 확충하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독일 풍력과 태양광 발전설비 비중은 각 19.8%, 19.3% 수준에 이른다.
독일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이처럼 높을 수 있는 데는 정부 주도 친환경 정책과 더불어 사회적으로 전력 요금 인상을 수용한 부분이 크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가정용 전력 요금은 2010년보다 23.1%, 산업용은 42.5% 각각 올랐다. 전력 요금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개인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지역사회 주도 아래 에너지를 절약해야만 했다.
실제로 2011년까지 독일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절반 이상은 소규모 투자자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주택 보유자 73%는 가정에서 쓰는 에너지를 태양광발전 등을 통해 직접 생산하고 싶어 한다는 통계도 있다. 에너지 절약에 대한 높은 국민 의식 덕분에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산업 또한 호황을 맞고 있다.
LED 조명은 환경을 보호하면서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LED 램프는 백열램프나 형광램프보다 소비 전력이 각각 80%, 50% 낮다. 인체에 유해한 수은을 함유하지 않았으며, 자외선도 방출하지 않는다. 안전한 데다 친환경 조건도 갖췄다.

독일 정부는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40% 감소 목표 아래 LED 조명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독일 LED 조명 시장은 내년까지 매년 2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친환경 광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LED 조명 보급화를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지만 독일과는 사뭇 다른 한 가지가 있다. LED 조명을 대하는 소비자들의 자세다.
독일 소비자는 LED 조명이 전통 조명보다 비싸지만 장기 시각에서 LED 제품 설계, 안전 기준, 국제 규격 등을 준수한 고품질 LED 조명을 구매한다. 매년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는 환경을 감안했을 때 더 오래 쓸 수 있고 안전한 LED 조명에 투자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비 전력 요금이 낮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도 품질보다는 가격이 저렴하고 디자인이 우수한 LED 조명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그동안 국내 LED 조명의 표준화·규격화 기준이 없어서 저가 중국산 제품이 시장을 지배해 온 탓이 크다.
저가 제품은 제품에 표시돼 있는 스펙과 수명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불량 발생 위험성도 높다. 제품 효율이 낮아서 LED 사용을 통한 에너지 절약 취지에도 맞지 않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을 보유한 국가이면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목전에 둔 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LED 조명이 에너지를 절약하는 근본 방법이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안전 기준에 부합되는 고품질의 LED 조명 구입이 선제돼야 한다.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대안으로 떠오르는 신재생에너지와 LED 조명에 대한 사회 관심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덕분에 '에너지 세이버' '에너지프로슈머' 같은 단어는 우리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오고, 국민 참여도 더욱 늘 것으로 기대된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처럼 아파트 등 공동주택 보급률이 높은 국가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에너지 절약 방법은 '가정 내 LED 조명 교체'다. LED 조명을 통한 전력 효율 향상은 에너지 세이버로 가는 첫걸음이다.
김대진 레드밴스 대표 KR-webmaster@ledvan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