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문재인 케어 잘 운용되려면 '의료 혁신'이 해법](https://img.etnews.com/photonews/1708/986689_20170823144813_184_0001.jpg)
지난 7일 문재인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질병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의료 서비스를 급여 항목으로 전환시킨다. 의료비로 고통 받는 국민이 없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모든 서비스를 급여화하려면 건강보험 재정에 천문학 규모의 액수가 투입될 수도 있다. 암이 대표 사례다. 2014년 전체 암환자 발생 수는 약 22만명이다. 폐암 환자는 2만4000명이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살린 면역항암제를 투약하려면 1년에 1억여원의 비용이 든다. 폐암 환자 1만명에게 약을 투여하려면 어림잡아 13조원의 비용이 든다. 우리나라 의료비용은 급여 60조원과 비급여 40조원을 합해 약 100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13%에 해당하는 비용을 폐암 환자 약값에 투입해야 한다. 사실상 정부 재정으로 고가의 항암제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암이나 희소병 등 난치성 질환 환자까지 합치면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나라 의료비는 2015년 약 105조원에 이르며, 2020년에는 256조원을 초과할 것이다. 5년 사이에 2.5배 이상 가파르게 증가한다. 의료비 증가가 곧 국민 의료 질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현재 의료 시스템은 비용 효과 측면에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 100조원이 넘는 의료비를 지출하면서도 정부, 환자(국민), 의사(공급자) 모두 만족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의료비를 더 많이 투입한다고 해서 의료비 지출 비용 효과를 높인다고 보긴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운용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의료 혁신에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 의료비를 절감하면서도 비용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인공지능(AI)을 적극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길병원에서도 AI 왓슨을 활용, 암 진료에 투입해 진료를 시작했다. 의사와 환자들은 왓슨 도입으로 의료 질이 향상되고, 진단 및 치료에서도 비용 효과를 높였다고 평가한다. 많은 병원을 돌아다니며 의료 쇼핑을 하지 않아도 된다.
원격 의료 도입, 왕진제 도입도 재검토해야 한다. 의사들이 현재와 같이 오피스 같은 한정된 공간에서만 진료하는 행태가 바뀌어야 한다. 의사는 진료 공간 확보를 위해 부동산 소유주에게 과다한 임대료를 지불한다. 환자나 환자 보호자 요청이 있거나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모바일 진료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비용 효과도 높고 환자에게도 편리하다. 지금도 필자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환자 보호자로부터 몸이 불편해서 외래 방문이 어려운 환자와의 영상통화를 요구 받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 진료를 원하는 환자도 있다. 세상은 이미 법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의료비 절감은 결국 혁신으로부터 이뤄진다. 환자에게 필요한 곳에 적정한 의료가 투입돼야 한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정밀의료추진단장 leeuh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