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금 안 하면 더 어렵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708/987293_20170824155934_672_0001.jpg)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사임 이후 신임 거래소 이사장 후보를 두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 당국 출신부터 전·현직 거래소 임원이 다양하게 거론된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단연 뜨거운 이슈다. 기자에게 누가 이사장 후보가 될 것 같으냐고 묻듯 한 증권사 임원의 가볍게 던진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번에는 달라야겠죠?”
기자에게 묻듯 한 말이지만 '달라야 한다'는 뉘앙스가 강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신임 거래소 이사장은 더 이상 자격 시비 논란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다.
엘리트 관료 출신이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과거의 잘못된 역사다.
현재 금융 시장에서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할 적폐는 바로 '관치'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정책 및 감시 역할은 중요하지만 정부가 직접 시장을 운영할 수는 없다.
애초에 자격 없는 정부 부처나 산하기관에 낙하산이나 보은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시작한 정부다. 더욱이 거래소는 공공기관도 아니다.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지 2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정권 눈치 보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80% 이상의 거래소 지분은 증권회사가 갖고 있다.
이미 세계 각국 증권거래소는 최첨단 정보기술(IT) 시스템으로 무장, 앞서 달려가고 있다. 2005년 통합거래소 출범 이후 10년 동안 허송세월했다는 평가가 아프게 다가온다.
현재 거래소는 독점 시장이라는 특성상 공공성이 강조된다. 이는 대체 시장 도입 등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공공성만 강조하다 보니 시장의 핵심 기능인 효율성이 자꾸 약화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금융투자자에게 가장 큰 손해로 돌아가고 있다.
자본 시장 경험이 없는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면서 조직과 시장은 신뢰를 쌓고 이해를 맞춰 가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이는 결국 상호 불신과 더딘 혁신으로 이어졌다.
자본 시장을 포함한 금융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거래소 지배 구조의 첫 단추를 꿸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 안 하면 나중에는 더 어렵다.
김명희 경제금융증권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