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30>생존 게임의 출발선에 선 대학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30>생존 게임의 출발선에 선 대학

“대학이 기업을 위해 한 것이 없지 않은가?” 대학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대기업 사장의 투정에 기어이 한 젊은 교수가 한마디한다. “기업이 대학을 위해 한 것도 별로 없지 않나요?” 농담처럼 흘러 가는 대화였지만 기업과 대학 모두에게 일침을 가하는 폭탄 발언들이었다.

대학이 생긴 이래 끊임없이 제기된 '변화의 필요성'에도 대학은 아직도 과거 환경과 제도에 머물러 있다. 질보다는 양인 실적을 추구하고, 학생보다 대학의 이익을 우선하는 모습이 여기저기 드러나고 있다. 변화의 대부분은 정부가 주도하고 당사자인 대학은 주어진 틀 안에서 몸부림치는 수준에 그쳐 왔기 때문이다. 사실상 재정 지원과 교육 감사를 무기로 대학을 지배하는 정부는 대학 입시 제도, 등록금 정책, 평가 제도, 성과 지표 등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획일화해서 시행해 왔다. 이제는 대학 스스로가 변혁, 새로운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 학령 인구 감소로 대학의 생존이 경각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30>생존 게임의 출발선에 선 대학

우선 입시 제도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 어떻게 신입생을 선발할 지(성적, 생활기록부, 추천서, 시험 등)보다는 '누가 입시 방식을 결정하는지'가 중요하다. 국가가 입시를 관리하는 구시대적 유물을 과감히 버리고 대학이 신입생 선발 방식을 각자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성적으로 줄 세우기보다는 리더십, 자원봉사, 교외활동 등 미래의 가능성을 기준으로 대학 특성에 맞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유수 대학이 “자신의 대학에 가장 적합한 학생을 선발한다”고 하는 주장이 일리가 있다. 물론 공정한 경쟁을 위해 입시 과정에서의 부정과 불법을 감시하는 일은 정부의 몫이다.

미래 지능정보사회를 풍성하게 해 주는 대학 교육을 위해 붕어빵 기계처럼 운영되는 획일화된 교육 방식인 변함없는 전공 과목, 전통 교수법, 천편일률 평가 방식 등은 지양돼야 한다. 당장 커리큘럼 변화가 불가능하다면 비교과 과목을 강화,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동시에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으로 개선해야 한다. 성적만이 아니라 특별한 재능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변화시키고, 학술·취미·봉사 등 모임을 통해 미래 사회를 준비하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30>생존 게임의 출발선에 선 대학

사회와 대학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대학의 존재 가치는 '이론'과 '인재'를 사회에 공급하는 데 있다. 심화된 연구를 통해 대학이 사회에 이론을 공급한다면 다양한 교육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대학의 목표다. 그러나 한 손으로 허공을 휘저을 수는 있어도 손뼉 소리를 낼 수 없는 것처럼 대학과 사회가 협력하지 않으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산·학 협력과 인턴, 자원봉사 활동, 연구 결과 확산 등을 통해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확신을 사회와 대학이 공유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의 변화는 개혁을 거부하는 '무사 안일주의', 실패를 지레 예견하는 '비겁함', 정부 주도의 '천편일률 정책' 등으로 인해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구조 개편에 머물러 있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 개혁 정책도 별반 다르지 않다. 4차 산업혁명에 직면한 지금 대학은 기필코 교육 개혁을 통해 생존의 물꼬를 터야 한다.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대학 스스로가 변화의 주체가 되는 오늘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30>생존 게임의 출발선에 선 대학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