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조치, 게시자 표현의 자유 강화쪽으로 개선 움직임

KISO 포럼 '임시조치 제도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포스터<사진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KISO 포럼 '임시조치 제도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포스터<사진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게시자의 '표현의 자유'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임시조치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게시자 이의제기 절차를 명문화하는 등 오·남용을 방지하고 표현의 자유를 보강하자는 것이다. 임시조치는 인터넷상 콘텐츠에 의한 인격권 침해 발생 시 신속한 구제와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게시를 일시 중단하는 제도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임시조치 개선을 위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게시물 임시조치 시 게시자 이의제기 절차를 신설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임시조치는 게시글로 인한 명예훼손, 사생활침해 등 권리 침해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됐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2에 따르면 정보 삭제를 요청받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일시 차단할 수 있다. 기간은 30일 이내다.

그러나 임시조치를 받은 게시자 이의제기 절차나 재게시 요청권은 명문화되지 않았다. 법적으로 보장 받은 권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게시자는 개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정한 서비스 약관에 따라 이의를 제기하는 실정이다. 최근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에서 표현의 자유와 언론독립성을 신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임시조치 제도 개선을 꼽은 것도 이런 문제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에 게시자 권리 보장이 명시되지 않다 보니 대기업, 종교집단에 의해 오·남용되는 사례를 방지하기 쉽지 않다. 갑질 비판이나 우호적이지 않은 신제품 비평 등에 임시조치를 걸어 확산을 막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발생한다.

게시자 이의제기·재게시요청 시 표현의 자유 보호 절차 마련 필요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사업자가 권리 침해 판단에 따른 부담을 겪지 않도록 외부 독립기관이 담당하는 절차를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방송통신위원회, KISO 등 기관·기구가 거론된다.

황성기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게시자 이의제기 시 임시조치를 해제하고 원래 정보를 재게시한 뒤 공적 심의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KISO 같은 자율규제기구로 자동 회부되는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시조치 개선을 위해 갈 길은 멀다. 임시제도 보완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하지만 세부사항을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임시조치 기간이 끝난 뒤 게시물 삭제, 임시조치 기한 축소, 사업자가 피해자 신고 없이 긴박한 상황에 대응하는 '임의 임시조치' 등을 놓고 의견이 갈린다.

임시조치 개선과 관련해선, 지난해 6월 방통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같은해 8월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대치하는 국면을 고려하면 이른 시일 안에 개선작업이 이뤄지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19대 국회에 제출·발의된 뒤 폐기된 안과 큰 차이가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지혜 방통위 이용자정책국 사무관은 “변화하는 인터넷 환경을 고려한 세부안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소비자, 사업자 등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개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