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통상임금 1심 판결에 따른 산업계의 우려가 커진 가운데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업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산업부는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이 나온 31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이승우 시스템산업국장 주재로 현대·기아차 관계자 및 부품업계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점검회의에서는 통상임금 판결 자체보다 중견·중소기업 중심인 국내 부품업계에 미치는 파장 점검에 집중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1심 판결 이후 소송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번 판결이 부품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다른 제조업체들의 통상임금 소송 추이와 부품업계 상황에 따라 후속 조치도 강구할 방침이다. 통상임금 판결 외에 해외 판매 부진 등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의 위기를 극복할 중장기 대책 마련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재계도 우려를 표시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멕시코 등 후발 경쟁국들의 거센 추격,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가능성 등으로 자동차 산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이번 판결로 기업이 예측하지 못한 추가 비용까지 부담하게 돼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심경을 밝혔다.
배 전무는 “과도한 인건비 추가 부담 등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 통상임금 정의 규정을 입법화하는 한편 신의칙 세부 지침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이번 통상임금 판결은 대법원이 제시한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상급심에서는 좀 더 심도 있게 고려해서 판단해 주기를 기대한다”면서 “통상임금 소송은 노사 양 당사자가 합의해 온 임금 관행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노사 간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중소기업계도 자동차 부품업계가 우선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 양극화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판결 직후 성명서에서 “자동차부품 산업의 근간 업종인 도금, 도장, 열처리 등 뿌리산업 업계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며 그 임금 범위가 확대됨으로써 이중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앙회는 “완성차 업체에서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협력업체로 전가할 수 있는 만큼 대·중소기업 근로자 간 임금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기중앙회는 앞으로 명확한 통상임금 입법과 함께 법률의 균형성과 안정성 확보를 위해 정기상여금이나 식대 등이 포함되지 않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도 통상임금에 맞춰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중기중앙회는 지난 2013년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이에 따른 중소기업의 부담이 연간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