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동결했다. 지난해 6월 0.25%포인트(P) 내린 뒤 이달까지 14개월째 사상 최저인 연 1.25%를 유지하고 있다.
31일 한국은행은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와 같은 연 1.25%로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내수와 수출 부문 경기 회복세와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어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릴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현재로선 시기상조라고 본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여전히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가 금리 인상에 발목을 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금리를 올릴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올해 2분기에만 가계대출이 27조원 늘어나며, 전체 가계부채('가계신용')가 6월 말 기준 1400조원에 근접했다. 집값 상승과 주택거래 증가로 주택담보대출이 꾸준히 늘어 560조원을 돌파했고 '풍선효과'로 신용대출까지 늘었다. 특히 은행보다 대출 금리가 비싸고 저신용·저소득층이 많은 '취약차주'가 주로 이용하는 제2금융권 대출이 많은 사실이 금리 인상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지는 분위기인 데다, 북핵과 국내 사드 배치 관련 안보위험이 경제에 여전한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주가가 크게 떨어졌고 6개월 연속 상승하던 소비자심리지수가 8월엔 하락했다.
향후 한은은 앞으로 국내 경기, 해외 통화정책, 물가, 금융안정 리스크 등을 두루 살피며 정책 기조의 변경 시점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