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높시스, 케이던스와 함께 세계 3대 반도체 전자부품 설계자동화툴(EDA) 업체로 꼽히는 멘토지멘스비즈니스가 최근 불어닥친 반도체 업계의 대형 인수합병(M&A) 바람에도 불구,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M&A로 대형 고객사 숫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실제 업계의 연구개발(R&D) 비용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이유다. 특히 페이스북, 구글, 알리바바 같은 비 반도체 업계가 직접 칩 개발에 나서면서 대형 신규 고객사로 편입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월든 C 라인스 멘토지멘스비즈니스 회장은 31일 국내 기자들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업계의 대형 인수합병(M&A)으로 일부 전문가는 '집중' 현상을 우려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라인스 회장은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의 자료를 인용해 “2003년 매출액 기준 톱50 업체의 전체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98.6%였지만 2016년 이 수치는 96.2%로 오히려 2%포인트 하락했다”면서 “이는 집중이 아니라 탈 집중이 이뤄졌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금융 업계에선 반도체 산업이 성숙할 대로 성숙해져 집중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마크 에델스톤 모건스탠리인베스트먼트 총괄 이사는 최근 “5년 내 증권 시장에 상장된 세계적 반도체 기업 중 절반이 M&A될 것”이라면서 “향후 10년 이내에 상위 톱3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현재 30%에서 60% 수준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 바 있다.
라인스 회장은 “나는 이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최근의 M&A 바람은 철강 등 과거 전통 산업처럼 '규모 확대'를 위해서가 아닌, '전문화'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반도체는 절대 소수 몇 개의 대기업이 이끄는 그림으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DA 업계는 반도체 설계, 생산 업계가 주요 고객층이다. 고객 숫자가 감소하면 매출 역시 감소할 위험이 있다. 라인스 회장은 “주요 기업들이 M&A로 R&D 등 운영비용을 평균 25% 줄였다고 발표하지만 조사업체에 따르면 올해 전체 반도체 업계의 R&D 투자 비용은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의 매출 성장 동인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는 “10년 전, 5년 전에는 멘토와 거래하지 않았거나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같은 인터넷 기업도 최근에는 우리 고객사가 됐다”면서 “EDA 분야는 성장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멘토는 지난해 독일 산업 분야 대기업인 지멘스에 45억달러에 인수됐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