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여부를 내주부터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허리케인 '하비' 수해를 본 텍사스주 휴스턴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참모들에게 '한미 FTA 폐기 준비를 지시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정 폐기를 실행에 옮길 경우, 양국 간 '무역전쟁'이 촉발되는 것은 물론 대북 공조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한미동맹 근간이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끈질긴 한미 FTA 재협상 주장에 이어 서울서 열린 공동위원회 특별회기가 특별한 합의 없이 종료된 이후 재협상을 빨리 시작하기 위한 '엄포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 언급에 앞서 현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withdrawal)를 준비할 것'을 참모들에게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FTA 조건을 재협상하기 위해 여전히 협정에 남는 결정을 할 수 있지만, FTA 폐기를 위한 내부 준비는 많이 진척됐으며 공식적인 폐기 절차는 이르면 다음주 시작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언급에 대해 현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조치는 미국과 동맹인 한국 양국이 북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위기에 직면한 시점에 경제적 긴장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엄포를 놓는 고도의 거래를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또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백악관과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협정 폐기 움직임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FTA는 지난 2007년 조인돼 2012년 발효됐다. 한국은 미국의 6위 상품교역국으로 양국 간의 무역규모는 1122억 달러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부터 한미 FTA를 '재앙'이나 '끔찍한 협정'으로 규정하며 재협상이나 폐기를 공언하기도 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22일 미국 측 요구에 따라 서울에서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열었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바 있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