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혁신센터, 아마 이름부터 바뀌지 않을까요?”
얼마 전에 만난 스타트업계의 한 인사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이름부터 바뀔 것이라고 확신했다. '창조'가 전 정권의 흔적을 너무 강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박근혜 정권에서 스타트업 정책의 중심이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새 정부 들어와 찬밥 신세가 되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 정부의 핵심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현재 신생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됐다. 내년도 예산도 크게 삭감됐다. 지난해 730억원이던 예산은 483억원으로 33.9%나 줄었다.
줄어든 예산은 센터운영비와 센터 사업비가 중심이다. 센터에서 스타트업을 지원하던 프로그램인 '6개월 챌린지 지원'과 '액셀러레이터 지원'은 올해 종료와 함께 새로운 사업으로 탄생하지 못했다. 이들이 고스란히 사업비 삭감으로 이어진 것이다.
사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불 칼바람은 이미 예견됐다. 올해 창조경제혁신센터 업무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를 놓고 설전이 오갔다. 결국 미래부의 창업 관련 업무를 중기부 출범과 함께 이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혁신센터 업무 이관에는 어떤 목적이나 계획이 없었다. 미래부에서 혁신센터 업무를 담당하던 실무자가 중기부로 이동했지만 내년을 대비한 새로운 사업은 준비조차 하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 정권 유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름과 목적 등이 변경될 것이라는 낭설만 오갔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대기업,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목적으로 17개 지역에서 문을 열었다. 초기에 대기업 출연금 논란이 있었지만 올해 1월 기준 1700여건의 창업 성과와 2500개 일자리를 만드는 등 지역 창업 생태계 조성에 이바지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창업문화 조성, 새로운 일자리 만들기 등과 통한다. 또 수도권과 지방을 잇는 창업 가교 역할로도 활용 가능성이 많다.
지난 정권의 과오는 들추고, 벌주고, 고쳐야 한다. 그러나 잘한 것까지 부정해서는 안 된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워야 할 대상인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