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4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쇄 전화통화를 가졌다. 북한의 6차 핵실험 관련 대응 방안을 집중 논의, 보다 강력한 대북제제 결의 추진키로 했다. 특히 한·미 정상은 한미 미사일지침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해제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밤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방안으로 한국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해제하기로 합의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미사일의 탄두 중량 제한이 완전히 해제됨에 따라 우리 군은 지하 깊숙이 포진한 북한의 군사시설을 비롯해 유사시 북한군 지휘부 벙커까지 초토화할 수 있는 초강력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현행 한미 미사일지침은 사거리 800㎞에 500㎏으로 제한돼 있다.
탄두중량 제한 해제는 문 대통령이 먼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청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미사일 지침상 탄두중량을 전면해제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을 발표할 수 있다면 북한에 아주 강력한 응징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승낙의 뜻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진행상황을 물었고 이에 문 대통령은 “사드 임시배치를 한국의 국내 절차에 따라 최대한 신속하게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정상은 이날 통화에서 각급 수준에서의 긴밀한 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하고, 이번 달 열리는 유엔 총회 계기에 만나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선 대북 제재조치로서 대북 원유공급 중단과 북한 해외노동자 송출금지 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핵실험은 규모와 성격 면에서 과거와 차원이 다르며 특히 북한 스스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장착용 수소탄 실험이라고 자랑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에서 열리고 있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푸틴 대통령은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은 국제 비확산 체제를 파괴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실질적 위협이 되고 있다”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도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규탄하는 선언문이 채택됐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은 6일부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추가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통화는 오후 11시 30분부터 20분간 이어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은 국제사회의 강력하고 일치된 경고에도 불구,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국제사회의 평화·안전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며 “그간 인내심을 갖고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중단·포기를 촉구해 왔으나, 이제는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제적인 대응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EU 핵심국가인 독일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전적으로 협력하겠다”며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현재 상황에 대해 문의하고,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독일 및 EU의 연대와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통화를 희망했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6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