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저질·미검증 전기차 충전기 막는다...최저가입찰서 신뢰품목 전환

우리나라 최대 전기자동차 충전인프라 구축 사업자인 한국전력공사가 충전기 입찰 방식을 저가 입찰 방식에서 신뢰성 점검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환한다.

검증 안 된 중국산 핵심 부품을 국산 완제품으로 납품하거나 자체 기술력, 유지보수 능력이 떨어지는 업체를 걸러 내기 위함이다. 외산 기기나 부품을 배제하는 건 아니지만 품질에 따른 잦은 충전기 고장이나 장시간 고장 방치 등 고객의 불편함을 최소화한다는 접근 방식이다. 중국산 부품에 의존해 온 일부 충전기 업체의 시장 참여가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전력이 지난해 말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구축해, 운영 중인 개방형 전기차 충전소.
한국전력이 지난해 말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구축해, 운영 중인 개방형 전기차 충전소.

한전은 전기차 완·급속 충전기 입찰 방식을 종전의 적격 심사를 포함한 최저가입찰 방식에서 신뢰 품목으로 전환한다고 5일 밝혔다.

완·급속 충전기 모두 새 제도에 포함된다. 제조와 판매 업체로 구분, 해당 품목에 최적화한 현장 심사를 도입한다. 한전이 정한 전문 기관으로부터 별도의 추가 인정 시험을 통과해야 입찰 유자격자로 등록할 수 있다. 종전의 가격 위주 최저가 입찰 방식이 완제품 기술과 유지보수 경쟁력 위주로 강화된 셈이다.

업계는 한전이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약 5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 충전인프라 담당 조직은 최근 신뢰 품목 전환에 따른 평가 항목 등 방안을 수립했다. 이달 중에 한전 자재처와 세부 심사 평가 방법 등을 최종 확정, 필요한 요건을 완비한다. 현장 평가는 제조사의 설계·제조 능력, 품질보증, 시험·검수 능력 등도 포함된다.

다만 현장 심사와 추가 자격 시험 기간 등을 고려해 올 하반기 발주 물량(급속 750기 포함) 1300기까지는 종전 방식대로 입찰하고, 새 기준은 올해 말이나 내년 물량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한전이 올해 구매·구축한 충전기는 급속 950기를 포함해 총 3620기다. 하반기에 급·완속충전기 발주가 각각 700기·600기 진행되고 있다. 내년 발주 물량은 최소 2000기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 관계자는 “정부가 전기차 민간 보급에 적극성을 보이는 상황에서 충전인프라 안전 확보와 품질 관리는 물론 충전기 고장 예방이나 사후관리(AS) 기능 강화를 위해 신뢰 품목 전환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한전의 신뢰 품목은 고장 결합 시 전력 공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별도 관리 품목으로, 공급자 관리까지 포함된다. 국가 전력망에 투입되는 개폐기·변압기 등 주요 시설물의 기자재 253개가 신뢰 품목으로 관리되고 있다.

한편 국내 최대 발주처인 환경공단과 한전이 올해 여섯 차례 실시한 공용 급속충전기(50㎾h급) 입찰 물량(1060기) 가운데 중국산 충전전원장치를 탑재한 제품이 72%(760기)로 확인됐다. 검증 안 된 중국산 핵심 부품 사용으로 발주처와 관련 업계는 안전과 품질을 우려해 왔다.

한전과 함께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다른 한 축을 이루는 환경부(환경공단 시행)의 충전기 성능 기준도 강화될 전망이다. 환경부와 공단도 한전과 마찬가지로 성능 기준 강화를 핵심으로 새로운 도입 기준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