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최신형 소형 전술핵무기 개발 검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신형 소형 전술핵무기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북한과 러시아 등의 핵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최신형 소형 전술핵무기 개발 검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러시아 등의 핵 위협을 막기 위해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작성할 전문가 패널을 구성한다. 최신형 저강도 핵폭탄을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핵지뢰, 핵배낭, 저강도 핵폭탄과 같은 소형 전술핵무기는 대량살상력을 갖춘 전략핵무기에 비해 파괴력도 작고 목표도 제한된다. 하지만 전략핵무기에 비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소형 전술핵무기는 냉전 이후 생산이 줄거나 폐기됐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선 아예 새로운 생산 자체가 금지됐다.

전문가들은 소형 전술핵무기 증강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진다면 현재 미국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을 주고 있는 러시아나 북한을 제압하는 데 먼저 사용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핵무기 통제와 핵 군축을 강조한 오바마 행정부의 핵 정책 기조를 통째로 뒤집는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0년 발표한 NPR 등에서 미국의 핵무기에 대한 안보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한 핵 비확산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축 담당 국장을 역임한 스티븐 안드레아센은 “핵확산을 저지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미국이 새 핵무기를 개발하는 쪽으로 움직인다면 이는 국제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세계 최고의 재래식·핵무기를 갖춘 군사 강대국인 미국이 핵무기 증강 없이 자신을 방어할 수 없다고 결정한다면 이는 다른 나라의 핵 개발을 저지할 수 있는 미국의 능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앤드루 웨버 전 국방부 부장관도 “(이런 증강 계획은) 핵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것”이라며 “오래된, 냉전 시대의 사고”라고 비판했다.

전술핵무기 증강이 추진되면 의회의 반발도 예상된다.

미 인터넷매체 뉴스맥스는 신형 무기 개발 예산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면서 상원이 내주 국방수권법을 검토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신형 전술핵무기 개발은 의회에서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25년간 중단됐던 핵실험을 재개할 필요가 있는지, 다른 핵보유국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해서 제기될 것이라고 전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