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강력한 통신요금 인하를 추진하고 있지만 가계 통신비는 반대로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고가 인상으로 소비자의 단말기 구매 지출이 커지게 됐다. 또 선택약정 할인폭 상승으로 이전보다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통신비가 통계상 이전보다 늘 가능성이 상당하다. 이통사는 자칫 인위적 통신요금 인하 압박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국내외 휴대폰 제조사는 출고가를 인상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64GB)은 109만4500원으로 갤럭시노트7보다 10만5600원 비싸다. LG전자 V30도 전작보다 4만9500원 오른 94만9300원이다. 아이폰 10주년 기념 모델인 아이폰X는 아이폰7보다 350달러(약 40만원)가량 비쌀 것으로 추정된다.
단말기 가격이 오르면 가계통신비도 오른다. 통신서비스와 통신장비가 가계통신비 집계 항목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2015년 4분기 갤럭시노트5, 갤럭시S6 엣지플러스, LG V10, 애플 아이폰6S 등 고가 스마트폰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통신장비비가 치솟은 전례가 있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갤럭시노트7 사태를 겪은 탓에 올해 통신장비비 증가율은 어느 해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 스스로 고가 요금제를 선택할 가능성도 커졌다. 15일부터 선택약정 할인율이 20%에서 25%로 상향돼 소비자 부담이 줄게 됐다. 할인을 감안해 한 단계 높은 요금제에 가입하는 현상은 선택약정 가입자에게 흔하다.
이통사는 이 같은 상황이 불만스럽다. 일각에선 애써 내리는 통신요금을 제조사가 제자리로 돌려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볼멘소리다.
일각에선 매출이 줄어드는 이통사가 고가 요금제 가입 유도 등을 통해 만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이통사가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으로 인한 손실을 요금제 상향을 통해 상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통사가 우려하는 건 스마트폰 출고가 인상과 고가 요금제 가입 증가 등 변수를 감안하지 않고 가계통신비가 늘어 통계치로 구체화돼 통신요금 인하 요구가 재현되는 것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여러 정황을 볼 때 통신요금을 인하하더라도 가계통신비는 제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같은 현상이 통신 정책에 충분하게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마트폰 출고가
아이폰X는 추정치
분기별 가계통신비 추이(단위 천원)
통계청 가계동향(올해부터 연간 자료만 공개)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