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배 회장이 개인 사정일 뿐 다른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석연치 않은 게 사실이다.
임기가 6개월이나 남았고 다른 협회는 협회장 임기가 만료되지 않았음에도 후임자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배 회장 사퇴의 변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확인되지 않은 억측도 난무하다. 이전에 수차례 경험한 학습 효과 때문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민간 사업자로 구성된 순수 민간 단체임에도 정치라는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역대 협회장 가운데 임기를 채우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외풍이 작용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배 회장 전임인 윤두현 전 회장의 경우 청와대 홍보수석 출신으로, 당시 윤 전 회장이 내정됐다는 소식에 낙하산 인사 논란이 제기되는 등 적절하지 않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윤 전 회장은 취임한 지 1년도 안 돼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임했다.
낙하산을 내리꽂는 정치권의 행보는 반복되고 있다. 케이블TV협회가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케이블TV협회가 이른바 '힘있는(?)' 인물을 선호하며 자초한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없지 않다.
과거보다 중요한 건 미래다. 인사는 만사라 했다. 조직을 진두지휘하는 수장을 뽑는 일이라면 아무리 공을 들여도 부족하지 않다. 케이블TV는 수년간 성장 정체에 직면했다. 위기감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절박함도 엿보인다. 산적한 현안 해결과 함께 케이블TV 재도약을 위한 골든타임이 속절없이 흐르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 또한 정치권이 내리꽂는 인물을 회장으로 추대하는 구태를 차제에 근절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부터 다져야 한다. 이에 앞선 정권에서 낙하산 협회장이 케이블TV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한번쯤 되새겨볼 시점이다.
케이블TV 미래를 견인할 참신하고 역량있는 인물을 협회장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분명하다. 케이블TV협회장 인선은 케이블TV 전체의 몫이다. 낙하산 거부를 후임 회장 선정의 제1 원칙으로 내걸기를 기대해 본다.
김지혜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