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서 서남쪽으로 55㎞ 떨어진 후지사와시에 조성된 '지속 가능한 스마트타운'(SST)은 일본의 대표 에너지 자립 모델이다. 2011년부터 정부, 지방자치단체, 건설회사 등이 약 6000억원을 투자해 1000가구 규모의 미래형 친환경 에너지 자립 마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가구별로 태양광, 연료전지, 에너지저장장치(ESS), 주택에너지관리시스템(HEMS) 등을 설치해 에너지를 직접 생산·소비·관리하면서 스마트 에너지 자립을 실현하고 있다. 2014년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 SST에는 현재 45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일반주택에 비해 가격이 약 20% 비싼 데도 입주민 만족도가 매우 높다.
지난해 3월에는 하루 8시간씩 전기 공급이 제한된 필리핀 오지섬의 코브라도에 24시간 전력 공급이 가능하게 됐다. 한국에너지공단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이 필리핀 국가전력청과 함께 태양광(30㎾), ESS(175㎾h), 디젤발전기(15㎾)로 구성된 '신재생 에너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설치하면서 에너지 자립섬으로 탈바꿈했다.
이처럼 세계 에너지 혁명의 큰 흐름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신재생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확산이다. 전 세계에 1700여개(16.5GW 규모)의 마이크로그리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마을, 건물, 지역 단위 등 소규모 에너지 자립형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보급의 확대는 대규모 스마트시티 조성으로까지 발전하는 추세에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에너지 자립 마을이 생겨나고 있다. 충남 아산의 '예꽃재 마을'(예술이 꽃피는 재미난 마을)은 2014년 모든 가구에 태양광(3㎾)과 지열(17.5㎾) 설비를 설치했다. 집집마다 사용하는 전기는 태양광으로 충당한다.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에너지 취약 지역임에도 지열로 사계절 내내 난방과 온수를 필요한 만큼 쓴다.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울산 남구 '삼호철새마을'도 주택 500가구에 3㎾급 태양광 설비를 설치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 마을로 변모했다. 태양광으로 생산되는 연간 200만㎾h의 전력으로 연 2억원의 전기요금을 절감하는 드 1500톤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출권거래제를 이용, 온실가스를 감축한 만큼 배출권 판매 수익을 얻는다. 이 수익은 마을 에너지 관련 사업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마을뿐만 아니라 학교나 공장 등도 마찬가지다. 전국의 학교 옥상, 주차장 등에도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클린에너지학교'를 조성하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전력 판매 수익을 학교 발전기금으로 활용하고, 학교를 신재생에너지 교육·체험의 장으로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공장에도 신재생에너지와 ESS,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적용한다. 에너지 공급 및 수요를 최적화할 수 있는 '클린에너지 스마트공장'으로 발전시킨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에너지 자립 마을 모델의 성과 확산을 위해 마을·지역 단위의 신재생에너지 설비 설치를 집중 지원한다. '에너지 자립 마을 인증제'를 도입, 운영할 예정이다. 에너지 자립 마을의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배출권거래제와 연계, 수익을 창출하고 재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교육, 체험, 문화 관광 프로그램과도 연계해 시너지를 높일 계획이다. 한국형 에너지 자립섬, 마이크로그리드 모델 등을 특화하면 수출 산업화할 수 있다. 해외 진출 사업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강남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nhkang@energy.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