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1세대 모델 연식이 쌓이면서 퇴역하는 이차전지가 대량으로 생겨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 고철로 처리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 배터리는 화학 처리나 재료 분리만 잘 해내도 활용 가치가 충분하다. 더욱이 차 외관은 낡더라도 배터리는 차량 내구 연한보다 훨씬 길고, 대부분 잔류량이 남기 때문에 쓸모가 많다.
곧 폐차 시기가 도래하는 전기차 초기 모델의 배터리는 정부 지원금으로 구매된 만큼 정부 소유 성격이 짙다. 현행 규정상 전기차를 폐차하더라도 배터리는 소속 시·도지사에게 반납하도록 한 것도 이런 성격 때문이다.
일단 정부가 올해 말까지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재처리에 대한 가이드라인 연구 용역을 시작했다고 하니 초기 시장 형성에 활기를 불어 넣을 것으로 본다. 여기에 더해 배터리 기본 소재인 리튬·코발트와 양극재 등의 추출 효율을 높이는 기술 확보에 정부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 자산인 만큼 그것에 대한 재활용·재처리 사업성을 높이는 기술 투자는 정부 몫으로 이뤄져야 한다.
제주도와 민간에서 먼저 시도되고 있는 폐배터리의 에너지저장장치(ESS) 활용 같은 분야도 정부·공공 연구개발(R&D)로 원천 기술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기술의 민간 이전이나 관련 산·학 협력이 활발해진다면 없던 시장과 일자리가 새로 생겨날 수도 있다.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양산 기술은 우리나라가 가장 앞서 있다. 충·방전 효율화 기술도 높아 1회 충전으로 300~400㎞를 달릴 수 있는 배터리도 곧 전기차에 탑재될 전망이다. 이처럼 뛰어난 기술력이 배터리 재활용·재처리 시장 주도권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업이 요구된다.
전기차가 급속히 늘어나면 핵심 장치인 배터리를 순환 사이클 안으로 가져올 수 있느냐가 또하나의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