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로봇산업 뿌리부터 키우자

[기자수첩]로봇산업 뿌리부터 키우자

“산업계 선배들처럼 우리나라 로봇 산업을 세계 1위로 올려놓겠다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생각만큼 국내 시장이 크지 못해 아쉽습니다.”

얼마 전 만난 로봇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로봇 시장 이륙이 시작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어영부영하다가 세계 시장에서 영영 뒤처질지 모른다는 걱정도 했다.

그의 우려는 기우로 보일 수 있다. 국내 로봇업계의 지표는 나쁘지 않다. 기술 수준은 미국, 일본, 유럽에 이어 세계 4위권 수준으로 평가된다.

한 꺼풀 벗겨 보면 취약한 부품 생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핵심 부품은 거의 수입한다. 고정밀, 고사양 부품일수록 외산 부품 편중 현상이 심각하다.

우리나라 로봇 산업은 허울만 좋다. 기업 매출이 늘수록 비싼 부품 값은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되는 구조다. 핵심 부품과 소재를 자체 개발할 원천 기술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로봇을 열심히 만들면 라이선스 사용료가 해외 기업에 돌아간다. 탄탄한 기술력과 내공을 쌓은 해외 기술 기업이 부러울 따름이다.

원천 기술력은 비즈니스 전쟁에서 강력한 무기다. 국내 부품 생태계가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면 해외 부품업체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해외 부품을 쓰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국내 부품 생태계가 자생력을 갖추면 기업의 선택지가 넓어진다. 해외 부품가격이 뚝 떨어진다. 완제품 회사도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응용 제품 개발도 손쉬워진다.

로봇 부품업체 관계자는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고 토로한다. 원천 기술을 개발하려면 장기 연구가 필요하다. 이에 따르는 비용이 엄청나다. 자금이 풍부한 대기업은 몰라도 영세한 중소기업으로선 엄두를 내기 힘들다.

로봇 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산업이다.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칩, 전자공학과 기계공학이 합쳐진 융합 산업이다. 로봇 산업에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 로봇부품 생태계 구축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